강희락 흔든 '함바집 큰손', 휴대폰 13개 외제차 몰아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제공 2011.01.0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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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 출신의 말끔한 60대 노신사. ‘회장님’으로 불리며 때론 학교 급식업체 사장으로, 때론 동남아 주택 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하는 정·관계의 마당발.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 진술한 유모(65·구속기소)씨는 서울동부지검의 수사를 받기 전만 해도 ‘잘나가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유씨가 벌인 사업의 검은 커넥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강 전 청장에게 경찰 인사 청탁 대가로 1억여원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는 인천 송도의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35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상태다. 처음엔 진술이 오락가락했지만 구체적인 정황까지 파악되면서 검찰은 두 전 청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이 유씨 내사에 착수한 건 지난해 9월. 당시 검찰은 “건설업계에 함바집 운영권과 영업권을 장악하고 전국을 무대로 건설사에 로비를 하는 ‘큰손’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정·관계 유력 인사를 동원해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한 달여간의 추적 끝에 부산에서 유씨를 체포했다. 그에게서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로 대형 건설사 임원 9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유씨가 경찰 간부 등 고위공직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실제로 민원 사항을 해결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강 전 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의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유씨의 로비 행태를 보면 권력형 브로커에 가깝다. 렌트한 고급 외제차를 타고, 휴대전화 13개를 번갈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명으로 명함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으며, 주택 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김병철 울산지방청장이 자신의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밝힌 유씨의 이름은 실명과 마지막 한 글자가 다른 가명이었다.



 유씨는 부산과 인천을 근거지로 삼고 10여 년간 식품 유통 관련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현장 식당과 초·중·고교 등의 단체 급식 사업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유씨는 현재 10여 개의 식품 유통업체를 가진 회사 체인을 소유하고 있다. 유씨는 검찰에서 “사업을 위해서는 고위 공무원을 많이 아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 온 공무원들이 승진하면서 자연스레 로비 인맥도 넓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씨는 지인들에게 “함바집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가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지인은 “대신 로비를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3억여원을 줬는데, 1억여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말고도 유씨에게 돈을 떼인 피해자가 여러 명 있다”며 “그런데도 유씨가 이렇다 할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유씨 뒤에 든든한 ‘백(후원자)’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전·현직 경찰 최고위 간부의 비리 의혹이 나오자 일선 경찰서에는 “국민 앞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청렴성을 강조하며 100만원 받은 일선 경찰관도 징계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큰돈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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