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 진술한 유모(65·구속기소)씨는 서울동부지검의 수사를 받기 전만 해도 ‘잘나가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유씨가 벌인 사업의 검은 커넥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강 전 청장에게 경찰 인사 청탁 대가로 1억여원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는 인천 송도의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35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상태다. 처음엔 진술이 오락가락했지만 구체적인 정황까지 파악되면서 검찰은 두 전 청장을 출국금지했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유씨의 로비 행태를 보면 권력형 브로커에 가깝다. 렌트한 고급 외제차를 타고, 휴대전화 13개를 번갈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명으로 명함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으며, 주택 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김병철 울산지방청장이 자신의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밝힌 유씨의 이름은 실명과 마지막 한 글자가 다른 가명이었다.
그러나 유씨는 지인들에게 “함바집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가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지인은 “대신 로비를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3억여원을 줬는데, 1억여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말고도 유씨에게 돈을 떼인 피해자가 여러 명 있다”며 “그런데도 유씨가 이렇다 할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유씨 뒤에 든든한 ‘백(후원자)’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전·현직 경찰 최고위 간부의 비리 의혹이 나오자 일선 경찰서에는 “국민 앞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청렴성을 강조하며 100만원 받은 일선 경찰관도 징계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큰돈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