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업체들이 제품 출고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종합식품기업 오뚜기 (434,000원 ▼7,500 -1.70%)가 출고가 인상이 아닌 별도의 방법을 동원해 라면을 비롯한 150여 제품의 대리점 가격을 일제히 올려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가격인상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출고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리점이나 소매점에 대량으로 납품할 때 적용해주는 할인율을 낮춰 결과적으로 제품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낸 것이다.
◇할인율 낮추니 가격인상 안 부럽네
지점에서 대리점, 또는 대리점에서 슈퍼 등에 적용하는 출고가의 할인율을 낮추면 그만큼 소매점의 제품 구입단가가 비싸져 소비자 판매가격도 결과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오뚜기 '찹살호떡믹스 540g'은 대리점 판매가격이 43%이상 올라 3158원으로 조정됐다. '백세카레 100g'도 25%이상 올라 2500원이 됐다. '돈까스 소스 475g'를 비롯해 소스류도 할인율 인하로 8%이상 대리점 판매가격이 올랐다. '옥수수유 0.9L' 역시 5%이상 올라 3250원으로 조정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뿌셔뿌셔 90g'도 530원으로 17%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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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가 할인율을 낮춰 대리점 판매가격이 오른 종목은 무려 150여종에 달한다. 특히 오는 13일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의 물가관리 대상인 라면까지 가격을 올렸다.
◇라면할인율 인하… 라면값 '나홀로 인상'
오뚜기 관계자는 "슈퍼에서 라면의 출고가 할인율은 기존의 평균 9%에서 7%로, 최근 2%포인트 낮아졌다"며 "소매점들의 가격인상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뚜기가 할인율을 조정해 가격이 올라간 라면은 40종이다. '진라면 종이용기 110g'(12입/박스 기준)의 대리점 판가는 730원으로 최소 46%나 올랐다. '보들보들 치즈라면 111g'도 8%이상 올라 650원이 됐다.
다른 라면업체들이 원가부담으로 출고가를 인상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지만 할인율을 조정해서라도 가격을 올린 경우는 오뚜기가 유일하다.
오뚜기는 지난 12월 말에는 아예 당면과 케찹, 마요네즈의 출고가를 인상해 소비자판매가격이 10% 가량 올라가기도 했다. 소매업체들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가격인상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소매업체 관계자는 "오뚜기 영업 담당자가 찾아와 새해부터 할인율이 줄어 컵라면 제품군의 가격을 개당 50원정도 인상한다고 했다"며 "매입가격이 농심이랑 20원밖에 차이가 안 나게 돼 아예 농심으로 갈아탈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아직 소매점으로 가격인상 공문이 오진 않았지만 가격인상은 기정사실"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오른 가격이 적용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