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부담에 원화절상 용인하나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11.01.0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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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절상은 수출과 성장률에 악영향 줘 정책당국 '딜레마'

연초부터 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외환당국이 원화절상(환율하락)을 용인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환율을 통해 일정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이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지난 4일까지 6거래일 연속 원화가 강세를 보였지만이렇다 할 당국의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이런 관측의 주된 근거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을 순매수하는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이어 갔고 이로 인해 역외시장 참가자들이 50억 달러를 매도한 것이 원화절상의의 주요인이 됐다.

물가 오름세가 계속 될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게 불가피하고 이는 원화강세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HSBC,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수출호조세와 물가상승압력 확대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2월중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씨티그룹은 “올해 1분기 중 소비자물가가 3.5%를 웃돌 것”이라며 한은이 이르면 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 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금리가 인상돼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원화 강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이 주요 금융사의 외환 애널리스트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화는 올해 달러화에 대해 평균 7.2% 오른 달러당 105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외환당국의 물가에 대해 부담을 고조시켜 원화 절상을 용인하는 유인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물가만 잡겠다고 생각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환율을 통해 풀어가는 게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 온 상황에서 원화절상은 수출에 악영향을 줘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국이 선뜻 수용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5% 성장’과 ‘무역규모 1조 달러'라는 정부의 또 다른 정책목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영선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물가에 직면한 당국이 복합적인 정책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원화를 절상하는 경우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 밖 에 없다”며 “물가안정과 수출여건 등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금리 및 환율정책을 적절히 조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예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환율을 수급과 펀더멘털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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