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이어 돼지 구제역 확산… 유통업계 예의주시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김희정 기자, 김유림 기자 2010.12.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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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업계 '살얼음판' 출하량 줄며 도매가 상승세, 장기화되면 소비자에도 영향

한우 구제역에 이어 강원도 홍천에서 돼지 구제역까지 발생하며 연말 연초 축산물 유통에 다시 빨간불이 켜질 조짐이다.

유통업계는 그러나 이미 한우 구제역 발생 당시 비축 물량을 늘리고, 거래처 피해 상황을 체크하는 등 한차례 대책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돼지 구제역 확산 시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는 30일 강원도 홍천에서 돼지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현지의 거래 양돈업체 유무를 체크하는 등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통업계 구제역 확산 예의 주시=롯데마트는 "아직까지 돼지 구제역이 유통물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우 구제역 발생 당시처럼 거래 양돈업계에 구제역 피해사례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축 물량을 늘려 원활한 유통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구제역 이전에도 신규 축산 공급이 없더라도 2주 정도는 판매할 수 있는 비축 물량을 확보해왔는데 최근 추가로 20% 비축 물량을 늘렸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구제역이 추가로 확산된다고 해도 축산 유통이 끊기는 최악의 사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우의 경우 지난 11월 중순 기준 전국 사육 두수는 사상 최대인 280만 두 정도"라며 "반면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두수는 아직까지 4만여두로 전체 사육 두수의 2%를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돼지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1월은 설 명절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낮은 달이어서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는 돼지고기가 한우보다 거래처가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량 확보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돈업계 '비상'..출하량 감소=반면 양돈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출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후 농가들끼리 또는 유통 상인끼리 가축 거래를 할 수 없고 생축의 시·도간 이동도 금지했다. 해당 도에서 지정한 도축장에서만 가축을 도축해 유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으로 가축을 출하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오고, 일부지역에서는 지정 도축장이 없어 출하 자체가 끊기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출하량이 줄면서 돼지고기 가격은 상승세다. 30일 현재 돼지 박피지육(비육돈 기준 1kg) 시세는 4880.6원으로 한 달 새 20%가 올랐다. 도매시장 경락가도 최근 10.9%정도 뛰었다.



돼지고기로 캔 햄을 만드는 S사는 지난달 1kg에 2800원에 납품받던 돼지고기 가격이 3400원으로 올라 원가부담이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돈육 납품업체의 돼지 출하량 자체가 줄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원가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데 캔 햄 가격을 올려야 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료업체들도 사료 운송에 제한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살처분 과정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경기 이천에 사료 공장을 가동 중인 S사는 "농장주들이 질병이 발생한 지역의 사료를 꺼리는데다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사료 운송 트럭이나 직원들의 동선까지 제약을 받아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장기화 시 소비자도 '영향권'=아직까지 구제역으로 축산물 유통이 끊기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소비자 피해는 미미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등이 비축 물량을 여유 있게 확보해 놓은 데다 공급 루트를 다양화해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서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다보니 한우 매출도 꾸준한 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1주일간 한우 매출 분석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6.5% 되레 늘었다. 돼지고기 매출도 이 기간동안 7.8% 증가해 구제역이 실소비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 축산물 담당 홍성진 바이어는 "구제역 확산에도 불구, 아직 한우나 돼지고기 등 축산물 매출에는 악영향이 없다"며 "가격에 큰 변동이 없어 축산물 매출이 꾸준한 신장세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제역이 장기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우의 경우 비축 물량이 점차 소진되는 내년 1월 초 이후 설 세트 수요까지 맞물리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돼지고기도 도매가격 변동 폭이 점차 커지고 있어 소비자 가격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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