臺-日 반도체 LCD 연합전선, '자구책이냐 韓 견제냐'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김성휘 기자 2010.12.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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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이그룹-히다치, 휴대폰용 LCD 사업 합작 '가시화'

한국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만과 일본의 공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걱정해야할 상황까지 도달한 경쟁기업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홍하이그룹-히타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맞손'?=27일 일본 니케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전자기업인 홍하이 그룹은 일본 히타치의 LCD 자회사인 히타치 디스플레이(히타치DP)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2년간 히타치DP는 신주발행으로 증자에 나서고 이를 홍하이가 모두 1000억엔(12억달러)을 들여 인수,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이라는 것. 이에따라 히타치DP의 히타치 지분 75.1%는 30%로 줄어들고 홍하이의 지분이 50%가 넘게 된다.

홍하이는 히타치DP의 새 공장을 도쿄 인근 지바현에 세우고 2012년부터 자체 생산 스마트폰용 LCD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홍하이 그룹은 애플 아이패드, 아이폰 등을 위탁 생산하는 전자제품 위탁생산기업 팍스콘과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 기업인 대만 CMI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만내 최대 전자그룹이다.

양사가 중소형 LCD부문에서 손을 잡게 되면, 홍하이 그룹은 CMI와 히타치DP의 점유율을 합쳐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삼성SDI (369,000원 ▲500 +0.14%)의 합작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중소형 LCD 부문(9.7인치 이하)에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도약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중소형 LCD 부문(금액기준)에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14.5%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샤프가 13.3%, CMI가 10.3%, 히타치가 5.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CMI와 히타치의 점유율을 합치면 15.8%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앞선다.


그러나 홍하이 그룹과 히타치가 손을 잡은 데는 이같은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는 양측이 스마트 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맞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히타치는 광시야각 LCD TV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인 IPS(In-Plane Switching) 패널 기술 보유업체 중 한 곳이다. LG디스플레이 (11,350원 ▼340 -2.91%)가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IPS 패널은 올해 애플 아이폰 4에 전격 탑재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브랜드로 공급되고 있다.

내년에는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IPS 패널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애플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홍하이그룹이 스마트폰용 IPS 패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한국 독주 막아라"...臺-日 연합전선 구축 뚜렷=이에대해 일본 히타치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과 대만기업들의 공조 움직임은 수면 밑에서 꾸준히 타진되고 있다는 것이 국내기업들의 전언이다.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IPS패널 등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스마트 기기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대만과 일본기업들의 상당한 위기감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초에는 세계 4위권 디스플레이기업인 대만 AU옵트로닉스도 도시바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싱가포르 자회사를 인수해 AMOLED 디스플레이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세계 3위 D램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일본 엘피다가 다음달부터 대만 D램 제조사인 파워칩과 프로모스 등과 인수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이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LCD 부문에서 한국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에 커진 상황에서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후발주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합종연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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