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전공은 공정거래 전문의"

머니투데이 김만배,김성현 기자 2011.01.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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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충정 서석희 변호사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다퉈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는 세계화가 정착된 이후 글로벌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 증가와 경쟁국 움직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의 필요성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도 전문성 강화가 절실한 분야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분석정책국장 출신인 법무법인 충정의 서석희(54·사진) 변호사(팀장)는 공정거래 분야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공정위에 몸담은 이 분야의 '산 증인'.



↑법무법인 충정 서석희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 ⓒ홍봉진 기자↑법무법인 충정 서석희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 ⓒ홍봉진 기자


시장분석정책국장 출신…공정위 '산 증인'

서 변호사는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을 자랑하는 법조인이다. 1980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2년 군 법무관 임용시험(5회)을 통해 법조계에 입문한 군 출신 법률가다. 그가 공정거래 분야에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4년 대통령 민정수석실 민정·사정 행정관으로 파견되면서부터. 마침 이때 옛 경제기획원 산하 공정거래실이 공정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면서 공정위 관련 법무를 처음 맡게 됐다. 그는 해박한 법률 지식과 섬세한 업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3년 뒤 공정위 특채 변호사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인 공정거래 전문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사가 짧지요. 미국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다행히 당시 해외 시찰과 파견을 다녀온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공정거래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면서 공정위가 차관급 위원회로 확대됐습니다. 초창기에는 공정위 소속 변호사가 4~5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명 이상의 규모로 확대됐어요. 환경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거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충정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고심 끝에 공정위를 떠나 로펌에 합류하게 됐다. 서 변호사는 공정거래에 관한 일반 기업자문에서부터 공정위 조사·심판, 고법 행정소송과 부수적 민·형사 소송에 이르기까지 이 분야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공정거래를 다루는 로펌은 하나의 종합병원입니다. 저는 주전공이 공정거래인 전문의인 셈이지요. 민사, 상사, 주식 등에 관한 질환을 치유하는 역할입니다."


ⓒ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그는 공정거래 사건을 맡을 때마다 적극적인 사실 인정과 구체적 소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담합행위를 비롯한 위법 행위는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시장질서와 경제정의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에어백 끼워팔기 무혐의 처분 이끌어

최근에는 '자동차회사들의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강제행위' 사건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대리인을 맡아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 위반 행위는 자동차회사들이 소비자가 상위 세부모델 차량을 구입할 경우에만 동승석 에어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편의장치 구입을 강제한 행위였다. 공정위는 이를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3호 '거래강제행위 중 끼워팔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승용차의 주요 안전장치에 관한 끼워팔기의 위법성을 인정한 최초 사례였습니다. 충정 공정거래팀은 르노삼성차가 다른 회사와 달리 세무 모델 차량에서 동승석 에어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무혐의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아스콘협동조합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 팽이파일 사업자들의 부당공동행위 사건, 성남 판교 아파트건설업체들의 입찰담합 사건, 유업체들의 가격인상 담합·급식우유 가격경쟁 제한행위 사건 등에서도 과징금 감경 처분을 받아내 이름을 드높였다.

"제 전공은 공정거래 전문의"
법 위반 예방과 법 이해 저변 확대에 관심

그는 사건 처리 뿐 아니라 법 위반 예방과 공정거래에 관한 기업들의 인식 확대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공동으로 '카르텔 규제의 쟁점과 실무'라는 주제 하에 법률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이 활발해지면서 미국의 과점 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법적 문제가 빈번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 활동 규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마련한 행사였지요."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경제법학회가 로스쿨 설립 후 첫 학술제로 주최한 모의 공정거래재판에서 재판부로 위촉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실제 사건을 모델로 시장 경제의 발전을 리드하는 경쟁법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또 400여개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와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하고 매달 '공정거래 상담의 날'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상담은 2인1조로 진행되며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된다.

"공정경쟁연합회는 사업자들이 스스로 공정경쟁을 위해 만든 순수 민간조직입니다. 사실 대기업은 소수에 불과해요. 대다수 하도급업체, 중소사업체의 경우 공정거래와 관련해 법률적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물어볼 데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의 날'은 이런 불편과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마련한 행사입니다."

ⓒ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공정위 '제2의 도약'해야

그는 공정거래 분야의 산 증인답게 공정위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시점이라며 애정을 담은 고언도 잊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 규제 조항의 분리, 집단소송제도·절차 마련, 조사와 심판 부서의 분리 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정위가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IMF(국제통화기금) 때였습니다. 기업 체질이 나빠진 것은 내부자 거래 때문이었지요.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한 일이 바로 공정위를 방문해 내부자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지시었습니다. 이때 대대적인 조사를 단행하면서 공정위가 자기 위치를 잡게 된 것이지요. 경제기획원 산하 공정거래실 시절까지 포함하면 공정위는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공정위는 선진화된 모델로 다시 한 번 탈바꿈을 해야할 시점입니다. 그래야만 시장질서가 바로 잡히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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