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2000넘어가니…펀드깨서 다시 주식하는 개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0.12.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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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지속적 자금이탈…전문가들 단기고점 신호 주의 요구

#증권사에 다니는 김보람씨(27)는 최근 지인과 친인척들로부터 개별 주식 추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펀드를 깬 여윳자금을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을 지 추천해 달라"는 게 대부분이다.

#회사원 박모씨(39)는 금융위기 이전 가입한 주식형펀드를 최근 3년만에 환매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펀드가 곤두박질치며 속앓이를 한 박씨는 원금의 20% 가량 수익을 낸 펀드를 환매한 뒤 직접투자를 물색하고 있다.
펀드를 계속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수익이 난 김에 환매해 직접투자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환매 자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둔 채 투자 대상 주식을 고민하는 상태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하면서 펀드를 깨서 직접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기류'가 형성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26일 금융투자협회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선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이탈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탈환한 다음날인 지난 15일에는 하루 만에 3579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최근 2조원 넘는 자금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이동했다.



투신을 통한 자금 이탈도 지난 14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1조936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427억원이 순매도되는 등 2조원 넘게 빠졌다. 개인 자금은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5380억원이 증가해 투신의 자금 이탈과 대비되고 있다.

지수 2000넘어가니…펀드깨서 다시 주식하는 개인?


반면 고객예탁금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증가하는 동안 7991억원이 늘어나는 등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한 이후 3498억원 늘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코스피2000 이후 1703억원 증가하는 등 증시 직접투자를 위한 자금은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업계는 증시 직접투자 대기자금 상당부분은 펀드 환매자금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한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한 뒤 추가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로 전환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욕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 깨서 주식 투자하기 '는 단기 고점의 신호 중 하나로 주의가 요구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흔히 주식시장에서 단기고점 신호로 여겨지는 점 가운데 하나가 '펀드깨서 주식하는 것'"이라며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펀드의 수익률보다 직접투자가 유효할 것 같지만 개인이 증시 변동성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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