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그동안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에 뒤졌지만 2009년 하나은행을 밀치고 은행권 빅4로 성장했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82억 원으로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내실 있는 성장을 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1인당 생산성 지표에서 대부분 1위를 기록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자행 출신 행장에 대한 염원이 많았다. 창립 50주년(2011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제는 공채 등 내부 출신 행장이 한번 나올 때가 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기업은행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은행 직원들은 은행을 잘 알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내부 출신 행장이 나오길 바랐다"며 "앞으로 더욱 뜻 깊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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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선 일찌감치 정부가 조 전무를 행장으로 선임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라도 내부 승진이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았다"며 "외부에서 행장이 올 경우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조직 통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앞으로 정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와 별 문제 없이 정책 수행을 할 때 기업은행은 자행 출신 행장의 덕을 볼 수 있다.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정책 수행 시 파열음이 날 경우 기업은행으로선 득 될 게 없다.
기업은행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김승경 전 행장(재임 기간 1996년2월~1998년5월)의 사례가 있어서다. 김 전 행장은 기업은행 전신인 농업은행 출신이다. 김 전 행장도 내부 출신으로 분류되는 탓에 정부와 관계 설정이 중요했다.
그런데 1997년 뜻하지 않게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김 전 행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기업은행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이유로 조 내정자의 역할과 업무 역량에 따라 기업은행의 미래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무엇보다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조 전무가 정부와 원만히 관계를 갖고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조직을 이끌면 기업은행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