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용한 북촌거리에 얼마 전부터 크고 작은 상점들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로스터리 카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수제햄버거 전문점과 오랜 전통의 청국장집, 칼국수집, 순댓국집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상권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현대적인 외관의 상업지대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나름대로 조화를 이뤄 적당히 옛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골목마다 자리잡고 있는 크고 작은 상점들은 노골적으로 상업적이라기보다는 마치 작가들의 작업실이나 아지트 같은 분위기다. ‘북스쿡스’도 얼마 전 이곳에 새롭게 자리를 잡고 ‘북촌라인’에 동참했다.
‘북스쿡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과 음식이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정영순 대표는 차와 음식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교류하며 문화를 함께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꾸몄다고 말한다. 평소 여행과 요리가 취미이고 좋은 것이 있으면 지인들과 두루 나누길 좋아하는 정 대표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운명처럼 한눈에 반해버린 지금의 매장도 건축가 지인의 도움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라고 한다.
서재뿐 아니라 매장 어느 곳 하나 손이 안간 곳이 없는데 인테리어와 가구도 디자이너와 직접 발품을 팔아 완성했다. 한지를 발라 먹으로 그라데이션을 주고 조명을 달아 완성한 안쪽 공간이라든지 독특한 발로 장식해 놓은 화장실 등 카페보다는 갤러리가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을 완성했다.
북스쿡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인 중정의 오픈 주방은 테이블보다 한 계단 아래 자리한 무대 같다. 요리를 하고 차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흥미롭다. 돔 형태로 투명한 천장을 만들어놓았는데 날씨가 좋으면 오픈도 가능하다. 벽면마다 장식장에 그득한 플레이트나 찻잔들도 하나같이 예사롭지가 않다 했더니 이 또한 모두 여행을 통해 일일이 모은 정대표의 수집품들이라고. 가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그릇들을 보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식처럼 아끼는 물건들이라 따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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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대표메뉴이자 인기메뉴인 영국식 애프터눈티세트(2만8000원)는 화사한 삼단 트레이에 샌드위치, 스콘, 카나페나 쿠키등이 가득 담겨 홍차와 함께 서브되는데 보기만 해도 로맨틱한 기분에 사로잡히기에 충분하다. 작고 앙증맞은 티푸드들은 모양뿐 아니라 맛도 좋은데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궁중음식, 떡, 전통주 등 다양한 요리를 직접 배운 주인장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티(tea)가 아직 입에 맞지 않고 어려운 이들은 영국에서 직접 로스팅해 수입해 오는 커피를 마셔보기를 권한다. 영국에서 유학중인 딸 덕에 자주 방문하는 영국의 한 카페에서 가져오는 것인데 진한 컬러와 달리 부드럽고 마일드한 느낌의 맛으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오픈샌드위치(1만8000원)나 스콘&잼(4000원) 같은 간단한 식사도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예약제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매서운 북촌바람을 피해 연인 또는 친구와 로맨틱한 티타임을 가져보면 더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위치: 안국역 2번출구 북촌방면 직진 재동초등학교앞 삼거리 지나 도보10분 직진 오른쪽 위치
연락처 : 02)743-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