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에 관한 소고小考

머니투데이 김미연 월간 외식경영 2010.12.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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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밥에 국이 따라가는 탕반문화湯飯文化가 유독 발달했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해 우리를‘탕반문화민족’이라 부른다. 전국에 있는 국밥집은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육개장에 관한 소고小考


잘 익은 김칫국물을 탕반에 따라 먹는 모습은 드라마장면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 그 많은 탕반 중에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던 육개장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맛이지만 육개장 잘하는 집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 뿐더러 육개장 전문점도 드물다.



상갓집에서 액운을 막고 귀신을 는다 하여 단골메뉴가 된 육개장은 돈을 내고 사 먹기에는 어딘지 인기가 없는 메뉴임이 틀림없다. 우리 인식 속에 사라져가는 대표 보양식 육개장을 복원해야한다. 역사를 뒤로하고 평가 절하된 육개장을 찾아 전국으로 떠나본다.

◇ ‘개장狗醬’이‘육肉개장’으로
육개장은 쇠고기를 뜻하는 육肉과 보신탕을 의미하는 개장狗醬이 합쳐진 말로 서민들이 먹었던‘개장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개장은 개고기를 끓인 국을 뜻한다. 그러니 육게장, 육계장, 닭계장이라고 쓰는 것은 전부 틀린 말이다.



쇠고기가 귀하던 시절 우리 조상은 입맛을 잃고 원기가 떨어졌을 때 개고기狗肉을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 개장, 개장국, 구장狗醬, 지양탕地羊湯이라고 부르는 오늘날의 보신탕이다.

옛 선조들은 삼복에‘북놀이’라는 복달임을 했다. 복달임이란 더위를 물리친다는 뜻으로 개고기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다.

「 본초강목」과「동의보감」에서도 개고기는 오장의 기능을 편하게 하고 피로 회복에 효능이 있다고 언급한다「. 음식디미방(1670)」에는개장고는법이자세히기록돼있다. 이처럼 개장국은 수백 년 전부터 우리 민족의 건강식으로 널리 즐겨왔던 복절식伏節食임을 알 수 있다.


심신을 달래고 원기회복을 위한 음식인 서민의 보양식 개장국은 양반의 체면상 천하다고 생각했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워낙 담백하고 구수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주재료만 대체해 닭고기를 넣은‘닭개장’에서 쇠고기를 넣은‘육개장’으로 변화한 것이 오늘날의 육개장 탄생 기원이다.

최남선의「조선상식문답」에는‘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는 자는 쇠고기로 대신하고 이를 육개장이라 하여 시식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기록한다. 북한에서도 육개장을‘소단고기국’이라 부르며 인기가 높다.

◇ 처음 육개장은 곰국과 비슷해
육개장은 곰국과 흡사한 멀건 국이었다. 본래 빨간색을 상스럽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육개장이 빨개진 것은 18세기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할 때와 그 시기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한다.

「규합총서(1809년)」에‘개찜’이라 명명한 개장국에 고추장을 처음 넣은 조리법이 소개된 것을 보면 김치보다 앞서 고추를 개장국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이후 고춧가루가 널리 퍼지면서 육개장은 드디어 지금의 모습이 된다.

손정규孫貞圭의「조선요리(1940년)」에는 고춧가루를 넣고 빨갛게 끓인 육개장의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양지머리와 사태를 쇠, 양 등과 함께 푹 삶아 건져내고 국물을 식혀서 기름을 걷어 낸다. 건져낸 고기는 결대로 찢거나 칼로 썰고 양도 저민다.

이 고기나 양을 진간장, 다진 파와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등으로 양념한다. 한편 고춧가루에 참기름을 끓여 넣어서 잘 개어 놓고 대파를 데쳐 놓는다. 이들을 끓어오르는 장국에 넣어 한소끔 끓여낸다’이것이 서울식 육개장이다.

◇ 1939년의 동아일보 기사에도 육개장 조리법이 나온다. 그 내용은 오늘날의 육개장과 매우 비슷하다. 동아일보(1939)
육개장에 관한 소고小考
갖은 곰거리, 파, 마늘, 후추가루,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 간장 만드는 법 국거리를 깨끗하게 씻어서 푹 무르게 곰니다. 다 익었으면 칼로 썰지 말고 가늘게 찢으십시오. 내장이나 양은 칼로 썰어도 좋습니다.

파를 많이 넣어야 좋으니 다듬어서 깨끗이 씻고 끓는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뺍니다. 굵은파 같으면 대꼬챙이 같은 것으로 쭉쭉 찢어서 반으로 자릅니다. 그런 다음 고기는 파 마늘을 넣고 갖은 약념을 하시는데, 고춧가루를 쳐서 벌겋게 하십시오.

맛있는 고추장을 조금 넣어도 좋습니다. 파를 한데 섞어 무쳐 국에 다시 넣고 한소끔 끓여 주십시오. 이 국에다가 밀국수를 넣어 먹기도 하는데, 맛이 희한합니다.

◇ 육개장에서 파생된 대구탕반大邱湯飯
육개장은 고추나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면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변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대구를 들 수 있는데 대구는 분지지형의 특성상 기후가 더우므로 맵고 짠 음식이 특징이다.

육개장은 대구 지역 특징에 알맞은 음식이었고 한국 전쟁 이후 서울사람들이 대구로 피난을 오면서 대구식 육개장인 대구탕과 따로국밥이 탄생한 것이다.

연대延大「규곤요람(1896)」에서 소개하는 육개장은 대구탕大邱湯에 가깝다. 대구탕은 서울식 육개장과 비슷하지만 고기를 찢어서 넣는 게 아니라 고기의 결이 풀릴 정도로 큼지막하게 넣거나 편으로 썰어 사용한다.

「 별곤건(1929)」24호에서는 ‘대구탕반大邱湯飯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생략) 쉽게 말하면 쇠고기로 만든 개장국인데, 지금은 대 발전을 해서 본토인 대구에서 서울까지 진출했다’라고 설명한다.

「 서울잡학사전」에서는 육개장이 대구탕의 영향으로 전국으로 퍼졌다는 설을 내놓고 있다. 육개장은 서울에서 지역 특성상 더운 날이 많은 대구로 건너가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보는 것이 맞다.

대구 최초의 따로국밥을 만든 <국일따로국밥>은 매콤한 옛날 선지국밥으로 배고픈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자랑한다. 손님 취향에 맞게 국에 밥을 말거나 국과 밥을 따로 냈는데 손님들의‘따로!’라는 말에 착안해‘따로국밥’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따로국밥은 육개장에서 파생되었기에 육개장과 별 차이가 없다.

◇ 평가 절하된 육개장 복원해야
한국인이 대체로 좋아하는 맛이 칼칼하고 구수한 육개장의 맛이다. 고기와 고명이 듬뿍 들어 영양 보충에 그만인 육개장은 고깃 집이나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메뉴인 갈비탕이나 설렁탕, 해장국 틈에 항상 조연으로 자리했다.

육개장은 3대 대표 보양식으로 보신탕, 삼계탕 중의 하나지만 대중화가 덜 된 탓에 대표 보양식으로 아는 이가 거의 없다. 메뉴개발을 30년간 해온 <터줏골>의 정덕철 대표는 육개장이‘뜨고’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메이필드 호텔에서는 가을을맞이해‘능이버섯육개장’을선보였고‘육개장죽’과‘냉육개장’,‘ 육개장 샤브샤브’같은 새로운 육개장을 개발하여 전통음식인 육개장이 현대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고깃 집에서는 잔여육을 활용할 수 있는 메뉴로 육개장의 진짜 맛을 찾고 있다.

흔한 맛일수록 잘 하기가 쉽지 않다. 쇠고기와 여러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인 육개장은 보양식으로 그만이라 가을을 겨냥해 식사 메뉴로 개발하면 좋다. 육개장에 담긴 영양분은 원기를 북돋는 재료들로 이뤄졌다. 특히 육개장은 감기에 효과가 있다.

감기는 냉기가 비ㆍ위장ㆍ폐ㆍ대장으로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때 단맛을 내는 쇠고기와 여러 채소들을 이용하여 얼큰하게 끓인 육개장을 하루 2~3회 따뜻하게 먹고 땀을 푹 내면 원기가 회복된다.

[ 출처 ; 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 _ 월간 외식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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