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몰빵 대출' 어려워졌다

더벨 김현동 기자 2010.12.20 07:20
글자크기

금융당국, 내년중 '편중리스크' 모범규준 발표

더벨|이 기사는 12월16일(17: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은행이 특정 차주나 산업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을 경우 신용위험이 커지는 점을 반영해 감독당국이 더 많은 자본을 쌓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건설업 조선업 등에 대해 대출집중 현상이 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들 업종에 대한 추가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편중리스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용편중리스크 측정방안을 논의하고 내년 상반기 중 신용편중리스크 측정 모범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편중리스크(Concentration risk)'란 신용리스크의 일부로 거액의 단일 익스포저 또는 공통의 리스크 요소로 인해 특정 차주나 산업에 신용리스크가 치우쳐 있는 현상을 말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도 작년 7월 발표한 '바젤Ⅱ 개선방안(Enhancements to the Basel II framework)'에서 편중리스크에 대한 측정을 권고했다.

기존에도 편중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도관리에 치우쳐 위기상황에서 거액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줄일 수 없었다. 현행 편중리스크 관리방법은 동일인 한도(자기자본의 20%), 동일차주(계열) 한도(자기자본의 25%), 거액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의 5배) 등 은행법 상의 편중리스크 관리에 그치고 있다. 은행은 차주·계열별 신용등급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한도를 설정하는 식이다.


현행 방식으로는 한도 내에서 10명의 차주에게 고르게 익스포저가 분산된 경우와, 1명의 차주에게 익스포저가 편중된 경우를 구분해서 자본적립 규모를 차별화할 수 없다(아래 익스포저 분산·편중 표 참고 ). 한도라는 하나의 요인만으로 신용리스크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산업에 걸쳐 10명의 차주가 분산된 경우와, 한 산업에 10명의 차주가 편중돼 있는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측정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img3.gifimg3.gif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젤Ⅱ에서는 1000개 기업에 익스포저가 분산된 경우나 100개 기업에 익스포저가 집중돼도 (신용)리스크량이 같다"며 "익스포저의 편중도가 감안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리스크량을 측정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BCBS는 단일거래상대방 또는 그룹차원의 거액 신용익스포저, 국가 또는 지역에 대한 신용 익스포저, 산업 또는 업종별 신용 익스포저, 지급보증이나 담보 제공에 따른 간접 신용 익스포저를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우리·국민·신한은행의 건설·조선업 여신이 총 기업여신의 40%에 달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그 같은 대출쏠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바젤위원회에서는 신용편중리스크를 측정하라고만 하고 있다"며 "TF에서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중 신용편중리스크 측정방법에 관한 모범규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편중리스크 측정방법은 편중도 지표를 신용편중리스크로 환산하는 스코어링 방식, 평균손실모형 기반 방식, 내부등급법(IRB) 모형 기반방식, 위기상황분석 방식, 판단지향적 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편중리스크가 BIS비율 계산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필라2에 포함되는 것이라서 감독당국의 경영실태평가등급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편중리스크에 따른 (자본적립)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