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난항에 한화·태광 속앓이… 검찰도 주름살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12.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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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정치권 사정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답보 상태에 빠진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수사 개시이후 연일 압수수색과 주요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결정적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수많은 기업인들을 소환조사하면서 수사 착수 100일이 다가오는데도 여태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한화그룹의 전 CFO(재무최고책임자) 홍동옥(62) 여천NCC 사장에 대해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홍 사장을 구속한 뒤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조성 개입 여부를 입증하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영장 기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김 회장을 지난 1일에 이어 15일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확인할 내용이 많아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두 번째 소환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업인을 혐의 확증과 관계없이 범죄자 취급하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지난 10월13일 개시한 태광 수사도 사건 초기 초고속 행보를 이어가는 듯 하더니 지난달 이후로는 주춤한 모양새다.

검찰은 장충동 그룹 본사와 이호진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이 회장 모친인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의 은행 대여금고 등을 압수수색하고 오용일 태광산업 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 인사 수십명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회장을 소환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검찰이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사 장기화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지체되고 있는데 대해 수사의 패러다임이 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수사와 인권을 중시하다보니 수사가 자백·진술 중심에서 자료·물증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정적 증거를 찾기가 더욱 어렵고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사 대상으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해야 함에도 검찰이 수사 대상 탓만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장기간 내사를 통해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뒤 수사에 착수했어야 함에도 성급하게 압수수색부터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수사 장기화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줄곧 강조해왔던 '새 패러다임'과도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직후부터 일선 검찰에 '환부만 도려내는 속전속결 수사'를 주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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