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유로 불안 vs 경기신뢰'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12.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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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뉴욕 증시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 하향 경고로 되살아난 유럽 국채 불안과 개선된 경기신뢰 사이의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스페인 등급 하향 우려' 여파는



14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벨기에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데 이어 이날 무디스가 스페인의 등급 하향 우려를 전하면서 이른바 유럽 주변국 불안이 재강화된 것은 뉴욕 증시의 불안 요인이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년 늘어나는 차환 수요(refinancing)로 인한 자금 조달 압박과 은행 구제 비용으로 인한 공공부채 비율 상승 등에 따라 스페인을 국가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주는 시장 충격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다른 주변국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같이 문제국으로 묶여 있긴 하지만 스페인의 경제력은 유로존 내 4위 경제국이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었다.

벨기에도 이른바 'PIIGS'에는 이름 조차 올리지 않던 튼실한 국가였다. 죄라면 국가채무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덩치 큰 스페인 경제도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유럽에서 세번째로 높다.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 투자자들의 증시 복귀


14일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호재를 가장한 악재였다. 6000억달러 추가 양적완화(QE2)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재확인된 것과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말은 불안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시장의 환호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반면 경기판단을 상향 조정하지 않은 것과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냈다.

다소 실망스런 결과에도 불구,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연고점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28개월래, 나스닥지수는 3년래, S&P500지수는 27개월래 최고치를 각기 기록했다.



소매판매, 생산자물가 등이 예상을 웃돌며 경기신뢰를 강화한 것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의 뉴욕 증시 강세는 이전과는 달라진 경기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 모간스탠리 글로벌 금리전략 책임자인 짐 캐론에 따르면 지난달 채권 투자액은 22개월만에 처음으로 순감했다. 채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증시와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유입됐다. 경기신뢰가 살아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을 팔고 위험자산인 증시와 MMF 등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증거다.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QE2를 통해 6000억달러를 시장에 풀겠다고 약속한 이후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더욱 빨라진 것도 투자자들의 국채 흥미가 식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FRB는 추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국채금리 오름세는 한층 탄력을 받았고 이에 잠잠하던 모기지 금리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도 채권에서 빠져나온 돈이 증시로 흘러드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금리 상승은 양날의 칼이다.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증시와의 수익률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최근 자산의 재포지셔닝(repositioning)만으로 약 2년간 이어진 채권 우위에서 증시 우위로 장기 투자 트렌트가 변화됐다고 확신하긴 이르다. 그러나 장기 변화의 첨병이 될 수도 있는 단기 역전이 연말 증시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11월 CPI 등 주목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0월 자본수지, 11월 산업생산 등 개장 전 잇달아 발표되는 지표가 경기신뢰를 재차 강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참여한 미 경제 전문가들은 11월 CPI가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전월과 같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자본수지 순유입은 510억달러로, 전월의 817억달러에 비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산업생산은 0.3% 늘어나며 증가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산업생산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장중 나오는 11월 전미주택건설협회(NHAB) 주택시장지수는 전월과 같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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