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카드 영수증에 10만원 수표가 있다구!"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0.12.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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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가맹점 신고하면 포상금 10만원

최근 카드 전표를 바라보는 재무팀 김 대리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에는 짜증 가득한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눈치다.

12월이면 부서마다 송년회 및 회식으로 매일매일 처리해야 하는 전표들이 수북하게 쌓인다. 김 대리는 이 전표들을 10만원짜리 수표 감별하듯 하나하나 가맹점명과 주소 그리고 사업자번호까지 꼼꼼히 보는 눈치다. 이중에 김 대리에게 10만원의 포상금을 안겨줄 영수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 위장가맹점 찾아내면 포상금 '10만원'= 카드 결제 영수증의 오른쪽 맨 위 박스를 보면 "가맹점명·가맹점주소가 모두 실제와 다른 경우 신고안내(포상금 10만원 지급)"라는 문구가 있다.

탈세를 목적으로 가맹점명과 주소를 다르게 한 위장가맹점을 찾아내면 포상금으로 1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의심되는 영수증이 발견되면 매출전표 사본을 첨부한 신고서를 우편으로 여신금융협회에 보내기만 하면 된다.



1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법 위장가맹점 신고를 받기 시작한 2001년 9월부터 지금까지 지급된 포상금(세금포함)은 3억4000만원에 달한다. 총 3400건으로 연평균 370건의 포상금이 지급된 것이다. 신고가 연 700~800건 접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신고한 전표 두 개 중 하나는 10만원짜리 수표인 셈이다.

"김대리, 카드 영수증에 10만원 수표가 있다구!"


◇ 사업자번호 가운데 자리수가 '핵심'= 김대리는 최근 여자친구로부터 위장가맹점 찾아내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영수증에서 확인해야할 항목은 △가맹점명 △주소 △사업자번호다.

전표에 찍힌 가맹점명과 주소가 다르면 일단 신고대상이다. 실체가 없는 가맹점이거나 위장가맹점일 확률이 높다.


특히 사업자번호가 핵심이다. 현행 사업자번호는 '①②③-④⑤-⑥⑦⑧⑨⑩'과 같이 10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가맹점명이 다른데, 사업자번호의 가운데 자리수 ④⑤(사업자 구분코드)가 '90~99(면세사업자)'인 경우 위장가맹점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구시의 K씨는 지난 6월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소재 'OO공조시스템'이라는 가맹점에서 나온 에어컨 기사에게 중고 에어컨 구입비 및 설치비 170여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매출 전표를 받아 보니 달서구 상인동 소재 'OO석유'라는 전혀 다른 업종과 주소로 발급돼 협회로 신고, 포상금을 받았다.

충남 서산시의 C씨는 4월 충남 예산군 광시리에 있는 OO한우식당이라는 일반 음식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는데 음식점 이름과 비슷한 OO한우타운이라는 전표를 발급받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신용카드 전표를 보니 사업자번호 가운데 자리수가 면세사업자인 90으로 찍힌 것을 보고 협회로 신고, 위장가맹점으로 판명됐다.

업소명과 주소가 모두 전표와 다르지만 정상적인 가맹점도 있다. 지난 4월 서울 영등포역사내 'OOO 여성복'에서 옷을 구매한 N씨는 신용카드 전표가 강남구 소재의 'OO어패럴(사업자번호 가운데자리 88)'로 발행된 것을 의심스럽게 여겨 신고했다. 그러나 세무서 조사결과 OO어패럴은 의류 재고를 판매하는 물류회사로 영등포역사내 사업장을 임대한 정상 가맹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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