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경제회의 앞두고 위안 절상요구 고조 전망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12.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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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이 연말을 기점으로 재점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4~15일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연례 통상무역위원회에 이어 내년 1월에는 양국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중국 국내경기와 글로벌 외환시장 환경은 위안 절상 가속화가 필요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절상 압박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중국은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위안 절상과 관련된 언급을 아끼는 한편 장기적 달러 약세가 우려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양국 입장차가 다시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치권에서는 이미 위안화 절상 압박 움직임이 재개된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30여명의 미 상원의원은 최근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한 뒤 이를 왕치산 중국 부총리에 보냈다. 왕치산 부총리는 미중 통상무역위원회에 중국측 대표로 참석할 예정으로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환율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 의원들은 서한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내년 1월 방미에 앞서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대응이 없을 시 이전 하원이 통과시킨 위안 압박 법안을 상원에서도 통과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최근 환율압박의 수위를 올리게 된 가장 큰 근거로는 더 이상 강도높은 긴축을 미룰 수 없게 된 중국 내부 경제 환경이 거론된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 가속화를 초래할 금리인상 등 긴축이 불가피한 경제환경에 직면했다는 점은 절상을 미룰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1%를 기록했으며 CPI의 선행지표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이보다 더 높은 6.1%를 나타내 향후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 높아질 것임을 암시했다. 제조·서비스업 경기도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버블 압박도 여전하다. 11월 수입이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한 점 역시 인플레 압박 가중의 신호로 읽힌다.


물론 올해 미중 환율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10월 전후로도 중국 국내 경기의 인플레 우려는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 소비물가는 올해 정부목표치인 3%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 수입 증가도 국내 경기의 과열 시그널이라기보다는 6월 이후 2%가량 절상된 위안화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환율 공세가 한층 매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는 또 있다. 중국의 수입이 기록적으로 증가했지만 수출 역시 큰 폭 늘어난 결과 11월 무역수지는 여전히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6월 이후 위안화 절상 효과가 중국 수출에 타격을 줄 만큼 크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달리 말하면 중국 무역수지의 조정을 위해서는 더욱 빠른 속도의 절상이 필요해졌다는 말과 같다.

12월 글로벌 외환시장 추세도 미국의 환율공세 강화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5.8% 뛴 상태다. 당초 중국은 11월 초 단행된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면 위안 절상속도를 올려야 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양적완화 직후 달러 가치는 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로 반등세를 보였으며 12월 통과된 오바마 행정부의 감세안 연장 역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수세에 몰린 중국이지만 베이징 지도부가 미국의 입장이 쉽게 관철되도록 내버려두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중국은 최근 정부 채널을 통해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주요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글로벌 무역 불균형은 환율 문제가 아니라 각국 경제의 개별적 환경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셈인데 '무대응'으로 최근 미국의 환율 공세를 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위안 절상 명분으로 반영되고 있는 11월 이후 강달러 추세와 관련해서도 '단기적 현상'으로 일축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양적 완화와 감세안 연장이 장기적 약달러를 심화시켜 글로벌 경제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리다오쿠이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지난 8일 "미국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유럽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 명확하다"라며 "1년 뒤 미 국채 가격과 달러는 큰 폭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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