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만 '싱가포르항'을 가다

머니투데이 싱가포르=기성훈 기자 2010.12.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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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항만 기준으로 5년 연속 1위…화물 90%가 싱가포르 거쳐 다른 항만으로 이동

↑지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터미널에서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한진 충칭호가 선적 및 하역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지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터미널에서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한진 충칭호가 선적 및 하역 작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구는 어디일까.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싱가포르항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10일(현지시간)을 찾은 싱가포르항의 핵심 터미널인 파시르 판장 터미널에 즐비한 23개의 선석(배를 정박하는 자리)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컨테이너들을 대형 크레인들이 화물선에 옮겨 싣기 바쁘다. 현대상선 (18,050원 ▲1,020 +5.99%), 흥아해운 (2,410원 ▲65 +2.77%), 고려해운 등 국적선사들의 컨테이너 박스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곳을 독점운영하고 있는 곳이 싱가포르 항만운영공사(PSA)다. PSA는 지난해 2587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해 단일 항만 기준으로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200여개 해운회사가 4개의 싱가포르 항구를 드나들며 600개 항구로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다.



1964년에 설립된 싱가포르항만국이 1997년 민영화되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천·부산 신항을 비롯해 네덜란드, 포르투갈, 터키, 인도, 중국, 베트남 등 16개국 28개 항만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항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가장 큰 이유로는 천혜의 입지와 첨단시설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 싱가포르는 미주와 구주,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한 가운데 위치해 수출입 화물이 집결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그러다보니 물량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환적화물(자국 화물이 아닌 다른 나라 수출입 화물)은 싱가포르항이 처리하는 물동량의 90%를 차지한다. 전 세계 컨테이너 환적 물량의 5분의 1에 달한다.

김혁기 STX팬오션 (4,080원 ▲40 +0.99%) 싱가포르 법인장(상무)은 "해운시장에서 싱가포르는 동과 서를 연결하는 교차점으로 지정학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운사 관계자도 "싱가포르항 선석의 수심이 16m로 깊어서 초대형 선박도 쉽게 들어올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물량의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항만인 싱가포르항에 수많은 컨테이너가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이다.↑세계 최대 항만인 싱가포르항에 수많은 컨테이너가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이다.
지리적 강점 외에도 피더(Feeder·근거리 운항 선박) 네트워크, 부두 내에서 모든 하역·환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독(On Dock) 체제 등을 구축, 선사들이 환적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들이 목적지별 화물칸에 정확히 실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끊임없는 정보통신(IT)투자도 싱가포르항의 성공요인이다.


실제 이날 파시르 판장 터미널의 트럭 진입 게이트에서 본 트럭들의 통과시간은 25초 정도. 무인시스템을 통해 운전기사와 컨테이너·차량 정보를 확인한 후 들여보내 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화주는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화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상원 한진해운 (12원 ▼26 -68.4%) 싱가포르법인 부장은 "PSA는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정보망 구축으로 세계 최고의 컨테이너 처리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컨테이너가 24시간 이전에 싱가포르를 떠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항구 주변에 7㎞의 화물전용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도시 전체가 컨테이너 터미널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싱가포르항이 세계 최고 물류허브가 된 것은 '물류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전략 아래 화주의 요구에 정확히 맞춰주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SA는 3, 4단계 항만 확장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완공 시기는 조정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사들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정 부장 "올해 컨테이너 물량은 글로벌 경기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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