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과 상생협력 넘어 동반성장 나선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오수현 기자 2010.12.13 09:41
글자크기

[착한 금융회사]<1-1>시혜적 지원에서 동반발전으로 업그레이드

편집자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틀을 마련한 금융회사들 역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기업과의 상생협력은 물론 사회공헌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복지 등에 대한 단순한 시혜적 차원의 금전적 기부가 아니라 회사의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 환경 등으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상생협력을 뛰어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동반성장을 꾀하며 양적이나 질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늬만 사회공헌을 거부하고 나눔의 미덕을 토대삼아 성장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착한 기업들을 4회에 걸쳐 소개하고, 이들의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조명해본다.

"비올 때 우산을 뺐지 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은행권을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대출을 옥죄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는 은행들의 자금운용 방식에 중소기업들이 터뜨린 불만의 목소리였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직접 나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기업의 대출을 줄이는 것은 사회적 죄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자원의 공정한 분배자' 역할을 해야 하는 은행들은 '수익성'만 좇다 경제위기의'주범'이란 오명을 써야 했다. '금융규제' 강화 논의와 함께 은행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강조된 데엔 이런 배경이 한몫하고 있다.



◇'상생협력' 넘어 '동반성장'으로=정부와 재계의 날선 비판 앞에서 은행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보대출에 의존했던 대출방식에서 탈피, 기업신용위험평가와 같은 분석 작업을 강화했다. 무차별적 지원을 지양하되 옥석을 가려 제대로 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한 다양한 대출상품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사회적 책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향후 은행 여·수신 영업의 주요 동력으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점하고 있다. 자금운용처가 점점 줄어가는 은행들에게 중소기업은 가능성 높은 잠재 시장인 셈이다.



대기업들의 대출수요 감소세도 고민거리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보다 직접금융시장에서 회사채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더욱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대기업 자금조달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를 웃돌았지만, 올 상반기에는 25%를 밑도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약 70%로 압도적으로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인데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방식을 취해온 게 사실"이라며 "경기가 어려울 때 대출을 축소하면 기업부실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때문에 무작정 대출을 무작정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 은행권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중기 대출 확대 지속=은행들이 모색하고 있는 상생의 길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질적인 다양한 상생 상품이 출시되며 무늬만 상생협력은 이제 옛말이 됐다.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세심하게 분석한 맞춤형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우량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는 세무 상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2,3차 하청업체들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엿보이고 있다.


각 종 상생상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자 그동안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했던 은행들은 아예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높여 공익은 물론 회사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각오다.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기업은행은 내년도 중기대출 규모를 8조 원 가량 늘려 잡았다. 우리은행도 개인 우량 소호(SOHO) 기업과 국가신성장동력·부품소재산업 등 우량 중소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중기 대출을 집중해 그동안 중기 대출이 미진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겠는 목표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중기대출 목표를 2조7000억 원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과 민병덕 은행장이 직접 나서 우량 중소기업을 방문하는 등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 행장은 지점장들에게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를 연 1%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기업 고객 유치를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일반은행들의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올해 9월 말 현재 113조8800억 원으로 2005년 말 44조8210억 원에 비해 약 1.5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기대출 확대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15%포인트 하락한 0.70%를 기록한 반면 중기대출 연체율은 1.99%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 가능 중기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옥석가리기 등을 통해 중기대출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기업과 상생협력 넘어 동반성장 나선다


◇질적·양적으로 변한 '사회공헌'=중소기업 대출 뿐 아니라 위기 이전과 견줘 '사회공헌'에 대한 국내은행들의 시선도 크게 바뀌었다. '시혜적 차원'과 '금전적 기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기부와 금융 소외자 지원을 단순한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다보니 영업과 영리 목적의 마케팅 비용이나 후원금을 사회공헌 실적으로 둔갑시키는 일도 허다했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질적, 양적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화두로 내세운 '상생'과 '공생'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국내 은행권의 사회공헌은 지속성을 띠며 체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사회공헌이 개별은행들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평판리스크'를 줄여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실적은 2009년 들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8개 국내은행과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사회공헌 실적은 2006년 3514억 원, 2007년 3924억 원, 2008년 4833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2009년 1조291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원 금액도 2006년과 2007년 각각 2.6%에 그쳤으나 2008년 6.3%를 거쳐 지난해 17.2%로 급증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의 순익 대비 사회공헌 실적이 금융위기 동안 급증한 건 금융소외계층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공헌 활동의 '외연'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 상생 대출 지원과 취업알선 등에 앞장서고 있다. '미소금융' 사업과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할애하는 '새희망홀씨대출'은 대표적인 서민금융 지원 사례다.

이밖에 은행들은 지역사회의 재해나 사고 피해지원은 물론 다양한 환경보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 금융교육과 장학금 지급 등 학술과 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시회 등 비영리 행사나 아마추어 스포츠 등 문화, 예술, 스포츠 지원은 물론 해외 난민, 다문화 가정·외국인노동자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