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대청도 섬소년, 서울대 가다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2010.12.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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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전국의 관심이 집중된 서해 5도 지역에서 올 서울대 수시 합격생이 나왔다.

10일 인천 옹진군 대청고등학교에 따르면 3학년 백진성(19)군은 서울대 교육학과 수시 1차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북한의 육상공격을 받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청도는 인천에서 뱃길로만 4시간을 가야할 정도로 외진 곳이다. 백군이 재학 중인 대청고도 고3 9명을 포함해 총 인원이 28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규모 학교다.



이곳에서 백군은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로 이번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는 것이 지인들의 설명이다.

백군이 2세 무렵 아버지 영민(44)씨와 어머니 류석자(45)씨 등 가족은 인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아버지는 내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지금도 병원을 다니고 있으며 어머니는 왼쪽 무릎이 늘 불편하다.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백군의 부모는 육지인 인천을 떠나 아버지 고향인 대청도로 낙향했다. 이후 면사무소 근처에 33㎡(10평)도 안 되는 작은 구멍가게를 차려 근근히 생계를 꾸려 나갔다.

백군은 부모님의 가게 운영을 틈날 때 마다 도우면서도 학업에 열중했다. 마음 한 곳에 고이 담아둔 꿈을 잊지 않은 백군은 12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진행되는 학교 수업과 방과 후 수업에 집중했다.

대청도에서 백군이 받은 '사교육'이라고는 해병대 내 교과 성적이 우수한 병사들로부터 주요 과목 강의를 들은 것이 전부다. 백군은 이처럼 공교육만으로 언어와 외국어 상위 1%, 수리 상위 5%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재 이 학교는 교육학자가 꿈인 백군을 포함해 고3 수험생 9명이 수시 1차에 응시해 4년제 2명, 전문대 6명이 합격했으며 나머지 1명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서울대는 10일 2010학년도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 2076명을 발표했다. 이번 수시 모집에서 한 명이라도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는 대청고를 포함해 883개교로 지난해(879개교)보다 4곳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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