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인 법정서 가려지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김지민 기자, 김보형 기자 2010.12.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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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현대그룹, 채권단 상대 나란히 소송

현대건설의 새주인 찾기가 소송전으로 치달으면서 자칫 법정에서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10일 나란히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두 그룹의 꿈도, 연내 현대건설 매각을 끝내려던 채권단의 계획도 법원 결정에 좌우될 처지다. 채권단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주인이 뒤바뀔 수도 있다.



◇현대차·현대그룹, 소송카드 꺼낸 이유는=두 그룹이 법원으로 간 것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현대그룹의 자료 제출시한을 앞두고 채권단을 압박하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그룹은 이날 매각업무 실무를 담당한 외환은행 3명을 고발하고 외환은행 법인에 대해서도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대그룹 역시 채권단이 양해각서(MOU) 해지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이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현대그룹의 자격을 박탈하고 예비협상대상자인 자사에 현대건설을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요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며 예정된 일정대로 매각절차를 진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 그룹이 소송카드를 꺼내든 데는 채권단을 믿지 못하는 점도 작용했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 (0원 %)이 현대그룹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데도 현대건설 인수전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하나은행과 합병절차에 돌입하려는 듯 '철저한 검증' 대신 '신속한 매각'에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외환은행이 막판 현대그룹에 요구한 제출서류를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현대차그룹 편을 들고 있다고 반발한다. 채권단이 현대차그룹의 압력에 굴복해 정상적인 매각절차 진행을 늦추고 MOU 해지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앞날 '시계제로'=현대건설 인수전이 물고 물리는 소송전으로 전개되면서 인수자 결정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의 결론은 법원 결정이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한시적'으로만 유효하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달 28일 근거없는 의혹 제기를 이유로 현대차 컨소시엄과 임원 2명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현대차 역시 지난달 30일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차와 소송을, 반대로 현대차그룹을 선택하면 현대그룹과 소송전을 각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부터 MOU 체결, MOU에 따른 자료제출 요구 등 법적 절차대로 진행해와 MOU를 해지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하면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소송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2~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현대건설의 최종 주인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채권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보인 당국은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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