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리고 쪼개고…아파트 개성시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0.12.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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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공간의 재구성/ 아파트 변신 트렌드

“성냥갑, 판박이, 붕어빵”

아파트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외부를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고 내부를 보면 아래 윗집 구조는 하나같이 동색이다. 마치 컨베어벨트 위의 공산품처럼 보이기 일쑤인 게 아파트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에 적용되는 평면을 보면 더 이상 붕어빵이 아니다. 같은 동 호수라고 하더라도 각양각색의 타입이 적용되기도 하고 입주자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평면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단지 내 조성에서도 개성이 묻어난다. 연못이나 조경수는 기본이요, 유명한 산을 축소해 폭포로 꾸미거나 천년고목을 가져다 심기도 한다. 아파트 단지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가격이 높고 규모가 큰 단지일수록 입주민을 위한 시설물에 더 많은 노력과 돈을 들이는 모습이다.

발코니에 차이를 주면서 외관 변화와 평면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다. 흑석뉴타운 센트레빌Ⅱ는 삭제형, 돌출형, 변화형 등 세가지 발코니 타입으로 변화를 꾀했다. 발코니 형태에 따라 다른 평면이 적용되고, 확장을 하면 면적도 차이가 생긴다.



이제 더 이상 아래 위, 앞 뒤의 집이라고 해도 내집과 똑같은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최근 아파트 단지의 개성 넘치는 트렌드를 살펴봤다.



◆펜트하우스의 강림, 방 5개짜리 25평 아파트도


수원 SK스카이뷰에 처음 적용된 +α(플러스알파) 공간은 SK건설의 평면 마법을 보여주는 산물이다. 플러스알파 공간은 긴 평면을 적용해 늘어난 베란다 길이만큼 늘어난 확장공간이다. SK건설은 이 공간으로 많아야 방 3개였던 84㎡에서도 방 5개짜리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줌마 서재'라는 호사스런 공간도 이런 방법으로 생긴 공간이다.

최상층으로 올라가면 배를 위협하는 배꼽이 등장한다. 펜트하우스의 서비스면적이 전용면적 수준으로 넓다. 전용 84㎡ 펜트하우스의 경우 발코니 확장 등으로 60㎡가 더 늘어난다. 지난 6월 청약접수 때 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28명이 몰리면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다.

최상층에만 자리했던 펜트하우스가 지상으로 강림한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SK건설은 지난달 아파트 1·2층을 묶어 복층구조 평면 등 41가지 평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1·2층 공간을 모두 활용해 거실의 높이를 무려 5m로 늘렸다. 2층 평면은 소형 주택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년 분양단지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GS건설 (15,330원 ▲300 +2.00%)도 복층형 다락방 평면을 내놨다. 1층의 높아진 거실 상부에 거실면적만큼의 다락 공간을 설치하고 층별 부분임대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높은 거실 창을 통해 빛도 많이 들어 다락방이 있는 2층 단독주택에 사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GS건설의 설명이다. 다만 다락방은 바닥난방이 되지 않는다.

이제 막 분양을 시작한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에도 복층 구조가 적용됐다. 퍼스트프라임은 59㎡ 111가구, 84㎡ 74가구 등 184가구가 복층형이다. 1·2층과 3·4층을 각각 복층으로 묶었다. 1·2층 복층 타입은 지하중층이라는 별도 공간이, 3·4층 복층 타입은 다락방 공간이 있어 실제 3개층을 사용하는 단독주택과 닮았다. 지하중층은 선큰가든(지하에 꾸미는 정원)이나 마당으로 사용할 수 있고, 다락방은 창고나 거실로 사용할 수 있다.

◆자전거대리점이 아파트 안으로

‘집안에 놓자니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비상계단에 놓자니 소방법 위반이고, 건물 밖에 두자니 비 맞고 녹슬고 도난위험까지’

막상 구입은 했지만 보관에 애를 먹는 것이 자전거다. 고가 자전거가 많아지면서 실외보다는 안전한 실내보관을 선택하지만 큰 부피가 문제다. 걸핏하면 낮아지는 타이어 공기압에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고 전문대리점을 가져가는 것도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이러한 자전거족의 고민을 해결해준 단지도 있다. 동부건설 (4,795원 0.00%)이 분양하는 인천 계양 센트레빌은 자전거 특화시설이 도입된 곳이다. 자전거 전용주차장 시설을 비롯해 정비에서부터 세척, 타이어 공기주입을 할 수 있는 바이크스테이션을 건물 내부에 조성했다. 더불어 건강검진시설도 같이 배치해 운동량 측정도 가능해진다.

동부의 또 다른 강점은 입주자를 위한 편의성에 있다. 흑석뉴타운 센트레빌Ⅱ에 적용되는 입주자 안전 설계는 보행약자를 고려해 통행 문턱을 낮췄다. 도로 폭을 확보하고 휠체어 및 유모차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경사도를 낮췄다. 지하주차장에는 보행안전 통로를 만들고 건축물 전면에 자동문을 설치했다.

덕분에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2등급 예비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전문가와 장애인협회 등으로 구성된 심사단을 통해 결정된다.

◆조경에서 커뮤니티 시설까지 프리미엄 붐

최고급 아파트에는 그에 걸맞는 최고급 시설들이 즐비하다. 특히 조경만큼 고급스런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적합한 재료는 흔치 않다. 지난해 입주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는 명산 금강산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조경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금강산 만물상의 형태를 그대로 복원한 미니폭포다. 산을 배경으로 주변을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묘한 장면을 연출하는 곳이다.



반포 래미안 퍼스트지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는 인공연못 역시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단지 내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요소다. 약 4000㎡(1200평) 넓이에 인공수로의 바닥을 자갈로 깔고 쉬리 수천마리를 풀어놔 강원도 산골의 깨끗한 계곡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곳곳에는 660m짜리 수로가 다니고 연못 한가운데의 섬에는 카페가 조성됐다.

경북 의령에서 가져온 1000년 된 느티나무도 화제다. 가격은 10억원. 운반비 등 제반비용까지 포함하면 20억원이 가까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의시설이나 커뮤니티시설도 다른 단지에 비해 우월하다. 실내골프연습장과 수영장, 사우나, 헬스장, 놀이방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지하에 있지만 통유리 외벽을 통해 채광이 가능하다. 시설물은 모두 호텔급으로 만들어졌다. 얼마나 좋으면 ‘커뮤니티시설 때문에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로 이사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포 자이 역시 래미안에 버금가는 조경으로 화제가 됐다. 2200그루의 나무를 동원해 단지 안을 숲으로 꾸몄다. 길이 2.4km, 폭 4m의 순환 산책로가 압권이다. 바닥을 고무재질로 덮어 입주자들이 산책하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산책로 옆으로 다슬기가 서식하는 750m 길이의 실개천이 흐른다.

GS건설이 자랑하는 자이안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이다. 30타석의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시설, 25m 풀장, 30여개의 러닝머신을 갖춘 헬스클럽 등이 센터 지하1층에 자리 잡았다. 지상에는 클럽하우스와 연회장, 독서실과 북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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