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河焚舟의 신한, 박칼린 손짓처럼 하모니 이룰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12.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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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주인정신 등 '신한웨이' 재정립위해 임직원 노력

#2006년 4월1일 옛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쳐진 '통합 신한은행'이 탄생할 때 일입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신상훈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6,200원 ▼750 -1.60%)) 사장은 행 내 모든 사조직을 없앴습니다. 수 백 개에 달하던 고등학교·대학교 동문회와 향우회, 입행 동기회마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신 사장은 또 모든 직원의 행 번(입행하는 해에 주어지는 직원 고유번호)을 '06'으로 시작하도록 고쳤습니다. 신 사장 등 창립 멤버들의 행 번은 '82'(1982년 신한은행 창립)로 시작했지만, 이날 이후로 행 번은 '06'으로 시작했습니다. 신입행원부터 은행장까지 열외는 없었습니다.



통합을 위해서였습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두 조직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3년간 통합 작업을 거쳐 탄생한 신한은행은 누가 옛 신한 출신이고 누가 옛 조흥 출신인지 알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국내 은행 합병 사에 유례가 없었습니다.

그런 신한은행이 내부 갈등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주인정신으로 대표되는 '신한 웨이'의 재정립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濟河焚舟의 신한, 박칼린 손짓처럼 하모니 이룰까


시작은 음악감독 박칼린 씨를 최근 새로운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부터라고 하네요. 박 감독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혀 단합이 안 될 거처럼 보이는 오합지졸들을 트레이닝 해 훌륭한 합창단으로 만들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신한의 새 모델인 박칼린 감독의 손짓은 '하모니'를 의미합니다. 이번 사태로 사분오열된 신한의 어수선함이 앞으로 하모니를 이뤄야한다는 뜻입니다. 박 감독은 광고를 통해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임팩트 있는 주제를 던졌습니다. 신한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그대로 전한 것이죠.

회장과 사장이 자진사퇴하는 등 이번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며 신한 내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임원들은 물론이고 조직문화를 챙기는 태스크포스(TF)팀 등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재도약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편을 나눠 싸웠던 것을 끝내고, 오로지 조직만 생각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네요.


노조도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직원들의 생각을 담아 조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신한 내부에선 지금 노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번 노조가 지난해 말 직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설립된 첫 '신한+조흥' 통합노조이기 때문입니다. 은행 합병보다 3년이나 늦게 통합돼 그만큼 상징성이 더 큽니다. 노조가 조직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 큰 힘이 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신한은 올 초 '제하분주(濟河焚舟)'라는 비장함으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적을 치러 갈 때 배를 타고 물을 건너서는 그 배를 태워버린다는 뜻으로, 필사의 각오로 싸움에 임함을 뜻합니다. 그러나 신한은 올 한해 물을 건너기도 전에 배 위에서 서로 싸우다 침몰 직전까지 갔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제하분주의 마음으로 다시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적들은 이미 앞으로 치고 나가며 신한에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신한이 다시 만드는 '신한웨이'가 적들의 칼을 물리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신한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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