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비극, 만기되는 8000만원 어디에 맡겨?

머니투데이 오상헌 정진우 김지민 오수현 기자 2010.12.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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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원 예금만기, 은행 "고금리 특판없다" 초저금리 장기화, 대안투자 눈돌려야

직장인 민모씨(42)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테크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지난 해 말 A은행 1년제 특판 정기예금에 넣어둔 8000만원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마땅한 재투자처가 없어서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상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엔 부담이 크다. 코스피도 이미 1950선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은행에 다시 넣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박하다. 시중은행 일반 정기예금 금리는 겨우 3%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작년 말에 넘쳐났던 고금리 특판예금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국고채 3년물 2%대...시중銀 '초저금리' 지속=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 고객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3%대 중반이다. 그나마 지난 달 중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올린 이후 3%대 초반에서 소폭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최근 급격히 변동하는 시장금리의 움직임이다. 시장 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은 전날 0.22%포인트 급락한 2.89%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은 다시 0.19%포인트 급등, 3.08%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3% 초반대다.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그나마 예금금리를 추가로 내리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고채 3년물 금리 하락은 채권 수급 이슈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정할 때 주로 고려하는 은행채 금리는 아직 변동이 적다"며 "현재로선 예금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같은 입장이다.

◇자취감춘 '특판예금'...갈곳 잃은 만기예금 25조원=하지만 금융권에선 시장 전망대로 오는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예금금리가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예금자들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은 또 있다. 고금리 특판예금이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 초와 달리 5%대는커녕 금리가 4%를 넘는 예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특판 자금은 무려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초까지 합하면 4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은행들로선 그러나 굳이 금리를 더 얹어주면서 예금을 재유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수신액을 늘려야 할 유인이 적다"며 "특판예금 판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은행권 정기예금은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2조5000억원)로 돌아섰다. 돈이 넘치는 은행들이 적극적인 예금 유치에 나서지 않고 있단 방증이다. 고객들이 눈치보기를 하는 영향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고객의 입장에선 자금을 굴릴 만한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만기가 돼도 은행에 재유치하는 고객이 많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초저금리 비극, 만기되는 8000만원 어디에 맡겨?


◇정기예금 만기 짧게..ELD·ELS·신흥국채권도 '대안'=마땅한 투자처가 없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자신의 투자 성향을 감안해 '대안투자'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원하는 투자자의 경우 정기예금과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연계예금(ELD)을 적절히 분배하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기예금에 다시 넣어두려면 내년 금리인상을 고려해 만기를 6개월쯤으로 짧게 가져가는 게 좋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은 "내년 기준금리가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6개월 단위로 예금을 운용하고 그 이후 갈아타는 걸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국채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브라질이나 인도 등 유동성이 풍부한 신흥국 채권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망을 밝게 보는 투자자라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정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은 "원금보존을 추구하는 ELS나 ELF 등의 최근 수익률이 괜찮았다"며 "공격적인 투자자가 아닌 일반 고객들도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이와 함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또 다른 투자 상품으로 추천했다. 정상영 팀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국내 주식이 좋아 보이므로 펀드나 자문협랩 등을 통해 국내 주식형 비중을 많이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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