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하청업체들 "죽겠다"···명동 할인 거부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0.12.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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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건설사 하청업체에 으름장···"어음 연장 안해주면 부도처리"

"이 회사 회장 재산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데요. 대형 건설사는 아니지만 견실한 회산데 왜 어음할인을 안 해준다는 겁니까."

잠실 소재의 건설사가 발행한 어음을 들고 온 A씨가 어음 할인을 거부한 명동업자 B씨에게 대뜸 한 말이다.

A씨가 B씨에게 내민 어음은 회사명도 생소한 건설사의 20억원짜리 종이어음이었다. 명동업자 B씨의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건설경기 회복이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건설사'와 관계된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 게 명동의 현재 분위기다.



게다가 대기업도 아닌 이름조차 생소한 업체라면 콧방귀도 뀌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전자어음도 아닌 종이어음을 내밀었다면 어음할인 거부 결정에 쐐기를 박아준 셈이다.

지난해부터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 또는 주권상장 법인인, 외부 감사대상 주식회사는 전자어음 사용이 의무화됐다. 감사대상 회사가 종이어음을 발행하면 장당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B씨는 "자산이 100억원도 되지 않는 작은 건설사가 발행한 20억원짜리 거액어음을 들고 와서 할인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거의 '생떼'에 가깝다"며 "아직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느 시대를 사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명동의 이런 분위기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중견건설사와 그룹 관련 건설사들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벌여온 C사가 대표적이다. C사는 D사 그룹이 시너지를 기대하고 2007년부터 C사 주식을 담보로 730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준 중견건설사지만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는 시장에서 D사가 자신이 없는 관계사들을 다 정리하는 방침을 세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건설사로부터 어음을 받고 있는 하청업체들만 죽을 지경이다. 건설사 어음은 할인받기도 어려운데, 만기가 돌아와도 건설사들은 일방적으로 연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워크아웃 결정 이후 올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에 진입했던 E건설사는 최근 결제를 요청하는 하청업체에 연장을 통보하며 '배째라 작전'에 돌입, 또다시 부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사는 하청업체들이 어음 연장을 거절하면 "그럼 그냥 부도를 내겠다"며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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