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라도 외과는 싫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0.12.02 12:21
글자크기

2011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빅4병원도 외과·흉부외과 정원 못채워

서울대병원도 외과·흉부외과 기피현상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2011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마감 결과, 서울대병원 등 빅4병원을 비롯해 대부분 병원들이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대다수 과목이 정원을 채웠지만 외과는 19명 모집에 4명밖에 지원하지 않아 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흉부외과도 5명 모집에 4명만이 지원해 0.8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외과의 경우 18명 모집에 19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웠지만, 흉부외과는 4명 모집에 1명만이 원서를 냈다. 삼성서울병원은 흉부외과 5명 모집에 5명이 지원해 '미달'을 면했지만 13명을 모집하는 외과에서 11명만이 지원했다.

서울아산병원만이 외과(12명)와 흉부외과(5명) 모두 정원을 딱 맞게 채워 체면을 세웠다. 빅4병원이 이 정도니 다른 병원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외과 24명 모집에 10명, 흉부외과는 6명 모집에 1명만이 지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외과 12명 모집에 6명, 흉부외과 4명 모집에 2명만이 원서를 냈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한 채 접수를 마감한 곳이 많았다. 경북대병원과 제주대병원 등은 단 1건의 지원서로 받지 못했다.

월급을 올려주면 지원자가 늘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전공의들의 외과·흉부외과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2월 흉부외과 100%, 외과 30%라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 25%p, 외과 전공의 확보율 10%p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4병원 마저 정원을 채우지 못하며 "월급 좀 더 얹어주면 되겠지"하는 정부의 안일한 발상이 현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병원 관계자는 "다른 과에 비해 업무가 고된 데다가 수련 후에도 수술이 몰리는 병원에 취업하는 것 밖에 길이 없다는 점 때문에 지원하길 꺼려하는 것 아니겠냐"며 "지방병원에서 수련 받더라도 '편하고 돈 잘버는 과'를 가겠다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경향은 '인기과' 현황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번 모집에서 지원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과는 1.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정신과였다. 고령화 바람을 타고 재활의학과도 1.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영상의학과와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도 인기를 이어갔다. '피'를 보지 않으면서, '시초'를 다툴 만큼 바쁘지 않고, 개원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과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술실에서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의사보조(PA) 간호사'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5년 235명이던 것이 2009년 968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중 85%가 외과분야에서 일한다.

외과학회 관계자는 "기피과목 대부분이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과라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수가를 현실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외과의사들의 진로를 넓혀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