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화 비리 의혹' 정점 김승연 회장 소환(종합2보)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김훈남 기자 2010.12.0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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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 회장 2∼3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 결정"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1일 한화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승연(58) 한화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검찰에 출석한 김 회장을 상대로 9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오후 11시20분쯤 귀가시켰다. 검찰은 이날 김 회장에게 그룹 임직원들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했는지,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김 회장에게 K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는데 쓴 자금이 비자금인지 여부와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부외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는지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차명계좌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계열사에 대한 지원은 경영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불법적인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회장은 지난 2005년 친인척들이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주주로 있던 '한유통'과 제약부문 계열사 '드림파마'의 물류사업부문인 '콜럼버스'가 부실화되자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3000억원대의 부실을 떠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룹 임직원들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관리하고 위장계열사 등을 이용해 거액의 부외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이날 검찰청사에 도착해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들어가서 (검찰 의견을)들어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선대의 상속 재산을 차명계좌로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김 회장을 앞으로 2∼3차례 더 소환해 그동안 진행한 수사내용을 토대로 의혹 전반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인 뒤 이달 안으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홍동옥(62) 여천NCC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사장은 지난 2002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차명계좌 348개와 그룹 관계사 12곳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 부외자금을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태경화성이 한화그룹 관계사인 한익스프레스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그룹 계열사를 통해 협력업체 3곳을 부당 지원해 그룹에 9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김 회장의 차명재산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으로 불법행위를 통해 조성된 자금이 입금된 적이 없다"며 "차명재산을 실명 계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세금은 법적 절차에 따라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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