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을 반대하는 이유

더벨 황은재 기자 2010.12.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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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60,700원 ▼200 -0.33%)외환은행 (0원 %) 인수를 발표하던 지난 25일. 하나금융지주 1층 로비는 셔터가 내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좋은 소식을 알리기 위해 언론을 불렀는데 1층으로 들어갈 수 없게 돼서 미안하다"고 했다.



1층 로비 밖, 외환은행 노조원 100여명은 질서 정연하게 대열을 갖추고 '반대 하나금융, 사수 외환은행'을 목터져라 외쳤다. 셔터안, 유리문 안에서는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들이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노조원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금융지주의 안내를 받아 을지로 입구역과 연결된 지하 통로를 따라 기자회견장으로 올라갔다. 김종렬 하나금융지주 사장 뒤에 놓인 '참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는 배경 문구가 하나금융을 상징하는 녹색 바탕에 위에 선명했다. 100여명에 가까운 취재기자가 몰리고 어떤 취재기자는 '오늘이 하나금융 잔치날인 것 같다'고 추켜 세우기도 했다. 고무됐는지 김 사장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비전을 힘 줘 발표했다.



1층과 21층, 안과 밖의 엇갈린 표정이 기자회견 내내 아른 거렸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끌어안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했을 때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차분했다. ANZ는 되고 하나금융은 안되는 이유가 있을까. 며칠 후 노조 관계자를 만나 "왜 하나금융 인수에 반대하냐"고 물었다. 그는 "임금이나 고용 문제는 하나금융지주의 인수를 반대하는 부차적인 것일 뿐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해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인수 자금 조달 능력도 검증돼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의 우려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내실을 다 빼갈 것이라는 쪽으로 요약됐다. 론스타에 대한 반감은 의외로크지 않았다. 배당으로 투자 원리금을 다 회수하며 국민들로부터 '먹튀'라는 비난은 받았지만 독자 경영을 인정하고 위기 상황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직원들의 노력과 결실을 인정해줬다고 언급했다.


ANZ에 대해서는 "협상이 가능한, 대화가 가능한 상대였다"고 했다. '참 좋은 파트너'는 아니었어도 지금의 외환은행을 인정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 임직원의 임금이 높다'며 '임금 수준에 대해 (하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을 단지 임금의 문제로 받아들인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없었다. 경영성과나 건전성 면에서 앞선 외환은행의 비용 지출을 줄여 하나금융지주에 돌아갈 몫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외환은행은 임직원들은 해석했다.



외환은행 임직원을 결속시키며 극단으로 몰고있는 게 하나 더 있다. 외환은행 노조측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임직원의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반대' 광고를 하나금융의 광고로 대체하며 광고게재를 막았다고 알고 있었다. 소통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으려는 하나금융지주의 모습만봤다고 격분했다.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세를 키우고 있고 파업기금을 더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자금과 함께 국내외에서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피인수기업의 반발을 끌어안을 수 없는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투자자들은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김승유 회장의 말처럼 쿨(Cool)했던 M&A였지만 앞으로 진행될 인수 과정과 이후 통합과정(PMI)이 핫(Hot)하다면 외환은행도 잃고 하나금융지주도 잃는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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