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성장 둔화 본격화됐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김경환 기자 2010.11.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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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공업생산 22개월래 최대폭 감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3개월 연속 하락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10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대비 22개월래 최대 폭으로 감소하며 3개월 연속 줄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하락했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확산,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겹쳐지면서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5%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도 커졌다.



반도체, IT 등 주력산업 생산부진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및 부품, 자동차 등의 수출 부진이 전월대비 전체 감소분 4.2%에서 3.4%p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월대비 2.0%p 하락했다.



특히 컴퓨터와 자동차 모두 세계 시장의 판매가 둔화되면서 재고축소를 위해 생산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는 내년 상반기에 가서야 생산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행종합지수와 선행종합지수 역시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동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중 서비스업생산지수를 제외한 모든 지표가 감소하며 전월대비 0.9% 하락해 2개월 연속 떨어졌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9로 전월보다 1.3p 하락했다.

선행종합지수는 종합주가지수를 제외한 모든 구성지표가 감소하며 전월대비 0.7% 하락했다. 지난 4월 이래 6개월만이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3.4%로 전월보다 1.5%p 떨어졌다. 기저효과로 인한 하락폭(0.8%p)을 제외하고도 낙폭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선행지수 전년동월비의 경우 11월까지는 기저효과로 인한 부분이 반영돼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난 것은 맞지만 지속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통계청의 판단이다.

일시 조정 있어도 회복은 계속 된다(?)

기획재정부는 광공업 및 자동차 생산이 ‘계절조정으로는 큰 폭 감소했으나 원계열 기준으로 역대 최고수준’이라며 빠르게 증가했던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이 차츰 정상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경기방향과 관련, 과거 경기확장기에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이상 연속 하락한 사례가 5번 있었다며 내수와 수출여건 등 거시지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가 증가한 것은 고용과 소득 등 내수 개선 흐름에 기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추세적 하강이 아니라 일시적 조정이라고 해도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모드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상무)은 "최근 반도체, 자동차 등 성장을 이끈 부분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공급 부족 현상도 해소되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 위원은 “최근 산업활동동향은 상반기 급격한 회복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선행지수가 비교적 긴 기간인 10개월 동안 하락한 만큼 경기 둔화도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생산은 줄어들고 소비는 그럭저럭 유지되지만 미약하다”며 “경기의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실장은 “현재 시점에서 경기하강을 의미하는지 일시적 조정인지의 여부는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가 약화되기는 해도 회복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경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광공업생산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으나 생각보다 꺾이는 속도가 빨라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내수나 고용 사정이 아직은 버텨주고 있어 경기가 완만하지만 급격하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올해 상반기가 이례적으로 빨리 회복된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빨리 좋아질 가능성이 많지 않으므로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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