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AG] 눈물로 퇴장한 女 배구팀.."괜찮아"

머니투데이 유현정 기자 2010.11.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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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강 전력 확인해 준 값진 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개최국인 중국에 우승을 내어준 순간 경기장은 중국 관중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 찼다. 한국 선수들은 '다 이겨 놓은' 경기를 어이없게 내줘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은 경기가 열렸던 광저우 체육관에 경쾌한 음악을 틀며 금빛 피날레를 자축했다. 한국 선수들은 울어버렸다. 한송이(26, 흥국생명)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서럽게 울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7일 광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 금메달 소식을 조국에 안겨줄거란 기대를 불러 모았던 여자 배구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개최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끝내 눈앞에서 금메달을 빼앗기고 말았다.

은메달이라는 값진 수확을 얻었지만 그녀들은 분하고 억울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우승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1998년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선 이날처럼 중국에 패해 은메달을 땄었고 4년 전 도하 대회에선 예상치 못한 상대인 태국에 패하며 8강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이번엔 달랐다. 전력도 출발도 분위기도 금메달을 바라볼 만 했다. 지난 18일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였던 태국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이달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 받는 중국을 3-0으로 물리쳤을 만큼 전력도 분위기도 좋았다. 결승 상대가 또 다시 중국이었지만 해 볼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이 있었다. 행운의 여신은 심판의 손짓으로 관중의 함성으로 중국의 편에 섰던 것.


김연경(22, JT마블러스)은 경기가 끝난 후 "방송으로 보면 알겠지만 (편파판정이) 많이 나왔다"며 "1, 2세트에서는 그런 판정을 잘 이겨냈는데 3세트부터 더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신경쓰지 말자고 선수들끼리 얘기를 나눴지만 너무 심한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황연주(24.현대건설)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가 마구 흔들리면서 무너지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애매한 판정 때문에 선수들이 흥분하기 시작했고 점수가 비슷비슷하게 나갈 때면 심판이 이상한 판정을 내리면서 치고 올라갈 기회를 놓치곤 했다"고 말했다.

중국 관중들의 노골적인 응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처음 1,2 세트를 큰 점수차로 따돌리며 한국이 앞서나가자 체념한 듯 보였던 중국 관중들은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4세트 이후부터는 흥분한 듯 '짜요'를 외쳐댔다.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5세트에는 한국 선수들의 실수를 유도하려는 듯 야유를 서슴지 않았다.

한국 여자 배구팀은 비록 16년 만의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최강 전력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거포' 김연경의 세터 김사니의 맹활약과 센터 양효진의 발견 등 앞으로 한국 여자 배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는 데에 값진 은메달의 의미가 있다.

보통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는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마라톤이 대회의 마지막 순인데, 중국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땄던 마라톤 대신 배구로 대미를 장식했다. 대회도 경기만큼이나 석연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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