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눈앞' 골프존 성장뒤에 눈물짓는 점주들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10.11.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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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 점주들 "상권보호 무시하고 장비판매만 눈독"...시뮬협 "소송낼 것"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이 주식시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골프존 주가는 삼성생명 주가를 웃도는 100만원대(액면가 500원에 주당 10만원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330억원의 매출액에 당기순이익 536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그러나 골프존의 신화 뒤에서 점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데 창업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포를 끌고 가야 하는 점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장 눈앞' 골프존 성장뒤에 눈물짓는 점주들


1년전쯤 부산 다대포구에서 골프존 브랜드로 스크린 골프방을 창업한 A씨. 그는 최근 하루에도 몇번씩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 골프방에 드나들던 학교 선후배간으로 보이던 사람들이 건너편 빌딩 위 아래층으로 동시에 골프방을, 그것도 같은 골프존 브랜드로 창업한 것 때문이다.
 
"저랑 동업하던 사람이 투자금을 회수해서 불과 300m도 안되는 거리에 하나를 차리더니, 이번에는 손님이던 사람들이 맞은편 빌딩에 위 아래층으로 2개를 차리더군요. 처음엔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겠다더니 조금 지나자 가격경쟁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라며 A씨는 하소연했다.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이하 시뮬협)에 따르면 현재 많은 스크린골프 점주들이 이같은 문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상권보호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스크린 골프방은 전국에 걸쳐 50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골프존 장비를 사용하는 곳은 35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골프존이 스크린골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사실상 독점체제인 것이다.
 
그런데 골프존측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권보호'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장비만 팔아먹고 있다는 것이 점주들의 주장이다. 특히 골프존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고 강조했다. 상장을 위해 실적을 늘리려고 무리하게 장비를 팔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프존은 지난 2007년 매출이 4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는데, 2008년 1000억원, 2009년 1300억원을 넘었고, 올해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대성 시뮬협 회장은 "매출이 갑자기 저렇게 늘었다는 것은 스크린골프가 확산된 이유도 있지만, 골프존이 무리한 장비를 판매했기 때문"이라며 "골프존은 상장에 따른 대박을 꿈꾸고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점주들은 눈물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격분한 점주들은 골프존에 대항해 단체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골프존은 스스로를 제조업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더욱 강력한 프랜차이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골프존은 현재 6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가맹사업의 형태라는 것이다.

또 초기에 골프존 본사는 점주들에게 '골프존' 브랜드를 노출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역시 가맹사업의 형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골프존 본사가 온라인으로 각 점포의 고객관리와 실적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가맹사업보다 더 강력한 가맹사업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점주들은 시뮬협을 중심으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골프존의 무분별한 확장때문에 피해를 본 점주들이 골프존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연 회장은 "골프존을 타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생을 통해 스크린골프 문화의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증가로 결국 술과 도우미라는 편법으로 살아남은 노래방의 전철을 스크린골프가 밟아서는 안되고, 이를 위해 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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