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양치기 소년 북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1.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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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이슈 영향 제한적 평가 우세..유럽 국가채무위기에 더 큰 우려

전날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작스레 떠오른 '북한 리스크'에 출렁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일랜드 구제금융을 둘러싼 유럽 국가채무 위기와 중국의 긴축으로 잔뜩 억눌린 장세에 더해진 충격타였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에 가해진 공격은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 계획으로 불거진 동북아지정학적 리스크에 기름을 더하며 안전자산 선호의 불길을 댕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로그 마켓비트는 북한의 도발이 일시적인 움직임인지 아니면 보다 심각한 위협인지 며칠 뒤면 밝혀지겠지만 그 사이 투자자들은 실체 파악에 나서면서 투자 패턴을 고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리스크가 이틀 연속 시장을 지배할지는 의문이다. 예상치 못한 북한의 오버 액션에 투자자들이 놀라기는 했지만 충분한 내성을 쌓고 있어 이틀째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소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사건 발생 하루 만에 무디스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북한 도발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적지 않게 해소했다.

또 아시아 증시의 반응도 대체로 차분해 이같은 분위기가 이날 뉴욕 증시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15% 하락하는데 그쳤다. 사건이 전날 장 마감 후에 터졌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북한 도발 사태로 받은 영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북한 도발로 한국의 반도체 공급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대표적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1.3% 올랐다.


아울러 전날 휴장으로 북한 '충격'을 받지 않았던 일본 증시는 0.8% 하락했지만 1만선을 지켰다. 그나마 하락 요인도 한반도 리스크보다는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 등 중화권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이와 함께 뉴욕 증시도 분위기가 바뀐 모습이다. 개장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지수선물은 일제히 상승 반전 중이며 달러도 약세로 돌아선 상태다. 상품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특히 다음날 추수감사절(휴장)을 앞두고 휴가를 떠나 거래도 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라이언 BNP파리바 투자전략가는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에 대한 압력은 금방 사라질 것"이라며 "북한 도발 이슈는 매우 빠르게 기억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 리오던 파라다이스투자운용 펀드매니저는 "전날 한반도 긴장에 매우 과민반응했던 시장이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펀더멘털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사안은 다시 유럽의 국가채무위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가 약 850억 유로(유럽연합 추산)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지만 기존의 그리스는 물론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다시 재정 문제가 전면에 불거져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럽 국가채무위기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침 이날 S&P는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구제금융 탓에 아일랜드 정부의 재정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며 아일랜드의 장기 국채 등급을 이같이 조정하고 단기 국채 등급도 'A-1+'에서 'A-1'로 낮췄다.

S&P는 또 외부 지원이 아일랜드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거나 자산 건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거시적 압박을 막아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에 이어 다음 차례는 또 어디가 될 것인지 시장은 불안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유로화 약세도 북한 리스크보다는 아일랜드 은행권 우려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며 이날 시장 역시 국가채무위기가 주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에선 제조업, 소비, 고용, 주택 등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발표돼 유럽 우려 등 외부 악재를 뛰어넘는 긍정적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20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발표한다. 블룸버그통신 집계 전문가 예상치는 전주보다 4000건 줄어든 43만5000건이다.

또 10월 신규주택매매는 전달보다 1.6% 증가한 31만2000건이 기대되며 9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달과 같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개인소비와 개인소득은 각각 0.5%, 0.4% 증가가 예상되며 같은 기간 내구재 주문은 0.1% 증가가 예상된다.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25일 휴장하고 26일에는 오전장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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