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발]"과거보단 심각" vs 과거사례볼 때 충격 '단기'(종합)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정리=정영화, 박성희 기자 2010.11.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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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의견 종합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 종목이 속출하는 등 증시에도 큰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장기 충격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23일 저녁(우리시각) 열리는 미국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할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응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환율이 급등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연평도 도발 사건이 이전에 나타났던 천안암 침몰이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사건보다는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주로 군을 상대로 일종의 '무력시위'방식을 보였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연평도 민간인들까지 부상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전 사건보다는 심각..단기 충격은 있을 듯



일단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채권 환율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북한의 해안포 발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 때 역외환율이 1180원대까지 폭등했으며 채권시장도 북한의 연평도 포탄 발사 소식에 장 막판 약세를 보였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채권 값 하락) 3.42%,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포인트 상승한 4.07%로 마감했다.

증시는 장 마감 무렵 전해지면서 직접적인 지수폭락은 비켜갔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 종목들이 속출했다. 우량주 할 것 없이 너도나도 급락이었다.


이날 코스피 시장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서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대우건설 (3,810원 ▲90 +2.42%) 대신증권 삼성전자우 (64,200원 ▲600 +0.94%) 등 대형종목들은 모두 이날 종가보다 5% 하락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 (184,100원 ▲9,800 +5.62%)은 시간외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2만 8500원에 거래 중이다. 서울반도체 (9,290원 ▲150 +1.64%), CJ오쇼핑 (86,300원 ▲2,100 +2.49%) 등도 하한가로 추락했고 SK브로드밴드 (4,015원 ▼100 -2.4%)도 4.7% 급락했다. 단일가 매매에서는 당일 종가 대비 5%내의 범위에서 상·하한가가 정해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단기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이전 천안함 침몰 사태가 군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면, 연평도 도발은 군은 물론이고 민간인까지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긴축과 맞물려 올해 증시는 고점을 찍고 당분간 템포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도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종가에 선물이나 국채가격이 많이 빠졌다"며 "함포사격 등이 아닌 특정 지역에 직접적으로 포탄을 쐈다는 점에서 증시영향도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노 이사는 "과거에는 북한 도발이후 하루 이틀 증시에 반영되면 악재가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지금 증시는 외국인이 올려놓은 장이라 외국인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7,370원 ▲10 +0.1%) 투자전략팀장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외국인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사태를 빌미로 차익성 매물이나 경계성 매물을 내놓는다면 주 후반까지 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면전만 아니면 단기에 그칠 듯"..이전 사례 일시에 그쳐

이번 도발이 증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약간씩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이 과거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전면전 등 문제가 크게 확산되지 않는다면 단기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도발]"과거보단 심각" vs 과거사례볼 때 충격 '단기'(종합)


삼성증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1996년 4월 북한의 판문점 무력시위에서부터 1999년 연평도 인근 해역의 연평해전, 2003년 1월의 북한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 탈퇴선언을 비롯해 2006년 북한 핵실험, 올 3월 북한의 천안함 공격 등 수많은 사고들이 있었음에도 코스피지수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가 곧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사례로는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공격이 있었다. 천안함이 침몰한 올 3월26일 이후 첫 개장일인 29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0.91%까지 하락한 1681.99까지 밀렸지만 곧 회복세를 보이며 전일 대비 0.34%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한 달 후 코스피지수는 1750선까지 올랐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단 오늘 증시 조정은 북한 리스크와는 무관했고 중국 여파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 도발이) 내일 증시에 단기악재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까지는 우발적인 전쟁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의도적인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급한 북한이 뭔가를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속내가 있는 전략적인 도발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평가했다.

양 센터장은 전투기와 장거리포를 동원한 전면전이나 국지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경우 과거 일시적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처럼 하락 후 반등의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은 분명 악재로 받아들이겠지만 단기적일 뿐 외국인 투자나 국가 신용등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증시가 아시아 증시 평균보다 밸류에이션이 낮은 건 이미 남북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감안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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