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전환기의 중국경제

머니투데이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이사 2010.11.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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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전환기의 중국경제


지난 10월15일부터 18일까지 중국에서는 제1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돚5中全會)라는 다소 긴 이름의 회의가 개최됐다. 중국 정부는 1950년대부터 5년 단위로 국가의 총체적인 정책방향을 수립해왔는데 이번 5중전회에서는 12번째의 5개년 계획, 즉 '12·5규획'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 됐다. 이유는 이 계획이 2015년까지 5년간 중국 경제의 큰 밑그림을 제시하며 글로벌 경제 전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5중전회가 끝나자 언론의 관심은 대체로 차기 지도자로 선출된 시진핑에게 모였다. 현재 국가부주석인 시진핑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겸하게 됨으로써 2013년에 선출될 국가주석 자리를 예약한 것이다. 과묵하고도 포용력 있는 그의 리더십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문화혁명 당시 소위 하방(下放)을 경험한 인생의 굴곡, 그리고 유명한 국민가수를 아내로 두었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진핑의 견해가 여야간 정쟁거리로 부상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미국과 함께 양대 패권을 형성한 중국의 차기 지도자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보다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은 중국이 이번 '12·5규획'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그 전환의 내용은 5중전회에서 최대 화두가 된 '포용성 성장'(inclusive growth)으로 집약될 수 있다. 즉, 앞으로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일반국민의 소득증대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및 계층의 혜택 확대에 두겠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지난 성장기 동안 누적된 모순이 현재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가계소득은 임금상승과 함께 연 10%를 약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업이익의 증가가 가계소득 증가율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격차는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기업 쪽에 편중되게 배분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소득격차는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현재 중국의 지니계수는 0.47로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올해 5월에 있었던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쇄자살은 그 한계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나 다름없다.



따라서 '12·5규획'에서 선언된 기조전환은 앞으로 중국에서 임금상승이 좀더 가속화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미 국무원에서는 2015년까지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2배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으며, 올해 들어서만 주요 12개 성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예년의 2배인 20%에 달한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중국이 보다 균형잡힌 경제, 즉 수출과 투자 위주의 경제에서 내수소비의 경제로 전환될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동시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현 추세의 임금상승을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글로벌 경제에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멋진 선물을 선사한 중국이 이제는 인플레 진앙지가 될 조짐이 보인다. '12·5규획'의 내용이 시진핑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경제에 기조적으로 나타났던 가격안정화 구도, 이른바 '대안정화 시대'(The Great Moderation)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나아가 개인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는 전략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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