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자금조달, 선박따라 울고 웃는다

더벨 이도현 기자 2010.11.2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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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vs. 벌크 업황 갈려...회사채 발행여건도 맞닿아

더벨|이 기사는 11월15일(07:2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운업계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재개됐다. 해운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른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풍부한 시장 상황이 해운사에게 유리한 발행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해운사는 해운사대로 선제적인 자금조달이 절실한 실정이다. 다소 개선됐다고 해도 세계 해운업황은 여전히 불황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대개 해운사의 생각이다.

◇ 업황 나아지면서 4분기 들어 채권발행 재개



4분기 들어 현대상선 (15,080원 ▲230 +1.55%)은 45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했다. STX팬오션 (4,070원 ▼75 -1.81%)도 2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한동안 뜸했던 대한해운 (1,755원 ▼28 -1.57%)도 회사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만에 채권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더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한진해운 (12원 ▼26 -68.4%),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 4개 해운사가 최근 3년간 발행한 공모채는 4조5500억원에 달했다. 2008년엔 3200억원, 2009년엔 2조5000억원, 올해엔 1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해운사들은 주력 선종이 무엇이냐에 따라 회사채 발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선종마다 업황의 개선 정도나 회사 재무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컨테이너선 중심 해운사와 벌크선 중심 해운사를 확실히 차별하고 있다.


◇ 해운사 회사채, 컨테이너선 기업이 주도

동종업계에선 개별적인 요소뿐 아니라 기업 각자가 처한 상황이 비교요소로 작용한다. 업황의 분위기가 크게 바뀔수록 그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는데 해운업도 그런 업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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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경기 턴어라운드는 컨테이너선 부문과 벌크선 부문이 서로 다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해운사의 채권발행 역시 업황 분위기와 많이 닮아있다.

컨테이너선 부문은 지난해 중반 이후 유럽노선부터 운임 회복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화 및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회복, 선사들의 선속감축 및 선박 계선 등 공급량 조정노력이 컸다. 현재 종합운임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위기 전 운임 수준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컨테이너선 부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채권발행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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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매출 비중은 79%, 현대상선은 67%를 차지했다. 채권발행 물량을 보면 현대상선 1조8300억원, 한진해운 1조5700억원으로 채권발행을 주도했다.

금융위기 직후 최장 2년에 불과했던 채권 만기도 장기화 추세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올 들어 나란히 5년물 채권을 소화시키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그룹 리스크나 대형 M&A 이슈 등으로 객관적 평가는 어렵지만 분명 같은 업종 내에서 컨테이너선 위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대적으로 낫다"며 "회사채 강세와 맞물리면서 발행금리도 많이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0월22일에 발행된 현대상선 회사채는 규모(4500억원)나 금리(가중평균 5.70%) 모두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 벌크선 중심 기업 발행 저조...기업 간 차이는 보여

반면 벌크선 부문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10년 1월부터 8월까지의 BDI 평균 운임 수준은 시황 급락 전인 2년 전에 비해 약 34% 수준에 그쳤다. 벌크선 위주 기업들은 채권시장에서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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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의 벌크선 매출비중은 각각 78%와 89%를 기록했다. 채권발행액은 STX팬오션의 경우 1조원에 조금 모자라는 9500억원이고 대한해운은 2000억원에 그쳤다.

STX팬오션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지난 해 중반부터 꾸준하게 3년물 발행에 성공하고 있는데다 지난 10월27일에 발행된 회사채는 수요가 몰려 금리(4.90%)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벌크선 위주이긴 하지만 선종 다각화 노력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수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신정평가는 "지난해부터 영업현금흐름 저하와 선박투자 확대로 차입금이 대폭 증가하곤 있지만 올해 6월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45%, 유동비율은 156%로 다른 선사에 비해 양호한 수준의 재무 안정성 지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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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한해운은 좀처럼 시장의 부정적인 눈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만기는 길어봤자 2년, A-에서 BBB+로 등급이 떨어지면서 채권시장 호황은 남의 얘기다.

2008년말 37.5%였던 대한해운의 차입금의존도는 2010년 6월말엔 67.4%로 증가했다. 순차입금 규모는 1조원 이상 증가한 1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익성은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신조 발주 선박에 대한 투자부담 때문에 외부차입에 대한 자금의존도가 늘었다.

한신정평가는 "유동비율은 6월말 기준 105% 수준으로 경쟁사에 비해 낮다"며 "보유 선박 및 장기운송계약 채권 유동화로 자금조달 여력은 있지만 대규모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추이를 보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환발행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최대 6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와 달리 만기도래 만큼인 400억원만 조달하기로 했다. 투자자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영업적자로 인한 조달비용이 너무 높다.

대한해운 측은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이어 회사채 발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내년까지 업황이 안 좋을 것 같아 여유 자금을 만들어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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