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삼성' 새판짜기… 사업개편· M&A 전면화 신호탄?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0.11.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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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복원으로 리모델링 속도낼듯… 미래 경쟁력 확보에 초점

삼성이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을 책임자로 한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면서 '뉴(New) 삼성' 새판 짜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차세대 성장사업 위주로 인수·합병(M&A)과 계열사별 사업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IMF 후 삼성의 전자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지난 1991년 TFT-LCD 사업을 삼성SDI(당시 삼성전관)에서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에 이관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룹 계열사간 역할 조정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 삼성의 LCD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초석을 닦은 셈이다.



그는 핵심 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긴 삼성SDI (429,000원 ▼1,500 -0.35%) 대표로 자리를 옮겨 브라운관 회사로 성장한 삼성SDI를 2차전지 등 새로운 녹색성장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이 다시 한번 삼성 리모델링의 특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바이오와 헬스, 태양광,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등 향후 10년 삼성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신사업추진단장 자리를 그에게 맡겨듯이 그룹의 새조직을 통해 이를 실현하라는 임무를 맡긴 셈이다.



◇'뉴 삼성' 플랜은 '진행형'= 삼성의 '새판짜기'는 이미 지난 3월 이 회장의 복귀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핵심사업의 절대 경쟁력 확보'와 '미래 전략 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위한 조직 혁신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부문의 제조, 서비스 자회사 통폐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생산해 왔던 자회사 삼성광주전자를 흡수합병한다. 이 회장이 강조해왔던 제조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아예 생활가전 품목을 본사 조직으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제품의 고객서비스(AS)를 전담하던 삼성전자서비스를 지분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은 이 방안이 오프라인 판매 매장과 서비스센터 통합 운영 등으로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LCD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반도체 장비업체인 세메스 지분 확대를 위해 일본 다이니폰스크린의 보유지분 전량(21.75%)을 사들였다. 이로써 삼성은 세메스 지분 85.62%를 확보해 확실한 통제권을 쥐었다. 최근에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인 세크론 지분도 함께 늘려 삼성테크윈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외부기업 인수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도 삼성의 달라진 모습니다. M&A 대상은 주로 자체 기술 확보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성장동력 사업들이다. 삼성SDS가 지난 6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개발 인력 확보를 위해 국내 벤처인 티맥스코어를 전격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D X-레이 장비업체 레이 지분 68% 인수했고, 의료기기업체 메디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M&A 보폭 넓힐까=재계는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본격 가동되는 경우 M&A전에 이전보다 과감히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태양광, 바이오, 의료기기 등 미래성장 사업들을 조기에 안정화시키려면 M&A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를 책임지는 김순택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았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더구나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지난 9월말 현재 기말현금이 21조8000만원에 달하는 등 '현금 실탄'이 비교적 넉넉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사업 개편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사장단 협의체 차원에서는 계열사간 사업 구조조정 논의가 껄끄러웠으나 그룹 컨트롤타워가 신설되면 한결 용이해 질 수 있다.

그간 능동형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을 전담해 온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들의 모회사 합병설이 잇따라 제기돼왔다. 아울러 태양광, 의료기기 등 신사업 영역에서 계열사들의 사업범위와 역할이 모호한 것으로 지적돼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새 컨트롤타워가 계열사 위에서 지시하고 통제하기 보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계열사 사업개편 역시 이 틀에서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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