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IMF 후 삼성의 전자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지난 1991년 TFT-LCD 사업을 삼성SDI(당시 삼성전관)에서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에 이관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룹 계열사간 역할 조정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 삼성의 LCD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초석을 닦은 셈이다.
이 회장이 바이오와 헬스, 태양광,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등 향후 10년 삼성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신사업추진단장 자리를 그에게 맡겨듯이 그룹의 새조직을 통해 이를 실현하라는 임무를 맡긴 셈이다.
생활가전 사업부문의 제조, 서비스 자회사 통폐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생산해 왔던 자회사 삼성광주전자를 흡수합병한다. 이 회장이 강조해왔던 제조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아예 생활가전 품목을 본사 조직으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제품의 고객서비스(AS)를 전담하던 삼성전자서비스를 지분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은 이 방안이 오프라인 판매 매장과 서비스센터 통합 운영 등으로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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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LCD 부문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반도체 장비업체인 세메스 지분 확대를 위해 일본 다이니폰스크린의 보유지분 전량(21.75%)을 사들였다. 이로써 삼성은 세메스 지분 85.62%를 확보해 확실한 통제권을 쥐었다. 최근에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인 세크론 지분도 함께 늘려 삼성테크윈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외부기업 인수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도 삼성의 달라진 모습니다. M&A 대상은 주로 자체 기술 확보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성장동력 사업들이다. 삼성SDS가 지난 6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개발 인력 확보를 위해 국내 벤처인 티맥스코어를 전격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D X-레이 장비업체 레이 지분 68% 인수했고, 의료기기업체 메디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M&A 보폭 넓힐까=재계는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본격 가동되는 경우 M&A전에 이전보다 과감히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태양광, 바이오, 의료기기 등 미래성장 사업들을 조기에 안정화시키려면 M&A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를 책임지는 김순택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았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인다. 더구나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지난 9월말 현재 기말현금이 21조8000만원에 달하는 등 '현금 실탄'이 비교적 넉넉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사업 개편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사장단 협의체 차원에서는 계열사간 사업 구조조정 논의가 껄끄러웠으나 그룹 컨트롤타워가 신설되면 한결 용이해 질 수 있다.
그간 능동형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을 전담해 온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들의 모회사 합병설이 잇따라 제기돼왔다. 아울러 태양광, 의료기기 등 신사업 영역에서 계열사들의 사업범위와 역할이 모호한 것으로 지적돼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새 컨트롤타워가 계열사 위에서 지시하고 통제하기 보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계열사 사업개편 역시 이 틀에서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