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 '백기투항'..시장은 급속 안정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11.1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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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제금융 수혈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오던 아일랜드 정부가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입장을 선회, 사실상 구제금융 수용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한동안 출렁였던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와 은행권 부실에 재정 적자가 심화되면서 국가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는 최근 국채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고 나아가 유럽과 글로벌 금융시장까지 우려를 확산시켰지만 EU 등으로부터의 구제금융 수혈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EU와 EU 주요 회원국 등 국제사회가 아일랜드 위기의 글로벌 금융시장 확산을 우려하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아일랜드에 조기 구제금융 수혈을 거세게 압박하자 아일랜드 정부는 결국 '백기투항'의 길을 걷게 됐다.

◇아일랜드 정부 '백기투항'=그동안 자력 극복을 강조하며 구제금융 수혈에 완고히 반대했던 아일랜드 정부 관계자들은 1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구제금융 수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일랜드의 재정 및 은행권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더블린을 방문한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과 구제금융 관련 협상을 벌인 시점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브라이언 레니한 재무장관은 이들과의 회동 직후 "아일랜드는 은행권 구제를 위한 구제금융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며 구제금융 수혈 가능성을 인정했다. 기존과는 180도 다른 태도로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수혈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확해 졌다"며 "EU 등으로부터 어떤 종류든 금융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협상에서도 아직 정확한 필요 지원액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수혈에 확신을 갖게 됐다. 호노한 총재는 "수백억 유로의 구제금융 수혈이 불가피하다"며 "아일랜드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일랜드가 시장 우려를 충분히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구제금융은 가능한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 규모와 관련, 크리스천사이언스지는 아일랜드 정부와 EU 등이 1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안정..유럽증시·유로화 반등= EU 등의 의도대로 시장은 아일랜드 구제금융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아일랜드 국채 가격이 반등하고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은 하락한 것은 물론 지난 8일 EU가 아일랜드의 내년도 긴축 예산 계획을 확인하던 때부터 요동친 유럽 증시와 유로화 가치는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뉴욕증시도 이 소재에 상승 동력을 얻었다.

이날 아일랜드 국채 10년물 가격은 전일 대비 0.22% 상승(수익률 3bp 하락)했으며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스프레드도 줄어들었다. 또 국채 5년물 CDS는 전일 대비 2.78% 하락한 508.805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날 영국 증시 FTSE10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4% 오른 5768.71을, 프랑스 CAC40지수는 1.99% 뛴 3867.97을, 독일 증시 DAX30지수는 1.97% 상승한 6832.11을 각기 기록했다.

특히 유로화 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일 대비 0.84% 상승한 1.364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달러는 약세로 치달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63% 떨어진 78.585를 기록했다.

아일랜드 위기 완화에 상품 가격도 오랜만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국제 유가는 2주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전일 대비 1.8% 오른 배럴당 81.85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시장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위기가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다우존스뉴스는 "구제금융이 구체화 되기 시작했지만 시장은 아일랜드의 장기적인 재정 상태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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