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5.5조의 승부, 승자의 저주 피할까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0.11.16 15:27
글자크기

현대건설, 4000억 차이로 현대그룹 품안에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 인수전의 승패는 결국 가격이 갈랐다.

16일 외환은행 (0원 %)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이 포함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공동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컨소시엄은 5조5000억원의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경쟁자인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컨소시엄을 따돌렸다. 시장이 예상한 인수가격 3조5000억~4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현대그룹, 비가격 열세 불구 가격으로 제쳐=본입찰에 참여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중 초반 열세는 현대그룹이었다. 자금조달 능력이나 그룹의 재무적 상태 등을 볼 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본 입찰 마감을 나흘 앞두고 정책금융공사가 가격 외 비가격 요소도 중시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M+W그룹이 현대그룹 컨소시엄 참여의사를 철회하며 상황은 현대그룹에 더욱 불리해지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그룹이 5조원을 제시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비가격 요소 부문이 불리한 만큼 가격을 최대한 높여 우위를 점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뚜껑을 열어본 가격은 현대차가 5조1000억원,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이었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5조원' 소문을 감안해 이보다 높은 가격을 썼고, 현대그룹 역시 이런 소문을 염두에 둔 현대차그룹이 5조원 초반을 적을 것을 예상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승자의 저주 피할까=현대그룹은 결국 비가격 요소 부문에서 점수를 덜 받았지만 가격 부문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성공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승자의 저주는 걱정되는 부분이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과도한 차입으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게 한 예. 당시 금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에 차액보존을 약속했다가 이 과정에서 설정된 풋백옵션이 행사되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현대그룹은 그룹 계열사 현금성 자산으로 약 1조5000억원을 보유한 상태다. 이밖에 기업어음(CP) 발행,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외부자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 체결을 두고 분쟁을 벌인 탓에 금융권 차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부 자금 조달과정에서 고 이자 등 투자자에 유리한 조건을 내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속전속결 채권단=이번 인수전은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채권단의 행보도 분주했다. 채권단은 인수자 선정에 '속전속결'로 대응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특혜시비, 루머 등이 꼬리를 물며 오해가 퍼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보안을 이유로 본입찰 서류 제출 장소를 변경, 당일 오전 통보하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했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도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채권단은 이날 오전 8시30분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현대그룹으로 선정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자 오후 1시30분이었던 공식 브리핑을 오전 11시로 급작스레 당겼다. 금융당국 등 윗선에 보고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말이 퍼질 것을 염려했다는 설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브리핑 역시 5분도 안 돼 끝났다. 양측의 제시 가격이나 선정기준 등을 밝히지 않았고 질문도 일절 받지 않아 눈총을 샀다.



브리핑에는 김효상 여신관리본부장과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이사, 정하영 우리은행 단장 등이 참석했다. 일각의 특혜시비를 의식한 듯 김 본부장이 "특별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마련된 평가기준에 따라 수십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심도 있게 평가한 결과"라고 강조한 것이 전부. 배석자들은 별다른 말없이 발표장을 빠져나갔다.

어쨌든 비가격 요소 등을 거론한 채권단은 결과적으로 주당 약 14만1465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현대건설 지분을 팔 수 있게 됐다. 채권단 소속 9개 주주기관의 현대건설 취득원가는 1만원대 중반~3만원대 후반으로 평균 2만 원대로 추정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