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G20 '지휘자' 사공일의 숨고르기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11.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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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G20 '지휘자' 사공일의 숨고르기


지난 11~12일 개최된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의 '지휘자', 사공일 G20 준비위원장은 치열했던 지난 1년의 여정을 뒤로 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숨고르기의 첫 번째 순서는 뒤돌아보기. 사공 위원장은 15일 발표한 '서울 G20 회의의 성과'에서 "그 동안의 정상회의는 위기극복에 초점을 맞췄지만, 서울 정상회의는 위기이후 세계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기반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이라며 첫 마디를 내려놓았다.



신흥국 첫 G20 개최가 단순 '행사진행'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공 위원장은 "세계경제 위기 이후의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비G7'이며 아시아 국가로서 최초로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정상회의의 합의사항과 함께 우리가 처음 제한해 G20 의제로 채택한 개발, 금융안전망에서도 실질적 성과를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단순 '진행자' 역할이 아니라 의제를 선도하고 논의 과정을 종합·정리하는 '능동적 주체자' 역할을 포괄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사공 위원장의 긍정적 평가는 1년간 이어진 끈질긴 노력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1년간의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G20 유치 활동에 나선 사공 위원장이 처음 맞닥뜨린 것은 G20 회원국들은 미온적 반응이었다. 과연 한국이 국제행사를 치를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공 위원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세계 각국을 돌며 설득에 나섰고 마침내 유치에 나선 지 1년여 만에 회의를 따 냈다. 그러나 글로벌 불균형, 미·중 간 환율문제 등 의제 선정에서부터 합의를 도출하기 까지 고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공 위원장은 "세계경제 위기 후 처음 개최되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해 초기에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이 있었고,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위기감 약화로 인해 G20의 정책공조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대두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G20이 선진국과 신흥국의 모임임을 감안, 중간자인 한국이 의장국을 맡았지만 상징적인 의미 정도만 기대하는 회원국들의 시각도 부담이었다"고 회고했다.

사공 위원장은 진통을 겪을 때마다 출장길에 올랐다. 래리 서머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왕치산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을 만나 해결책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또 다른 결정적 고비는 세계 환율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9월에 찾아왔다. 그는 '경상수지 목표제'를 들고 워싱턴으로, 베이징으로, 파리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 같은 쉼 없는 조율의 결과는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G20의 성공개최를 이끌면서 사공 위원장에 대한 정부 안팎의 긍정적 평가는 더 높아지고 있다. 항간에서는 국제금융기구 수장에 도전하거나 한 차례 더 정부의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공 위원장의 숨고르기, 그 다음 순서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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