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 '테러의 재구성'..해외펀드서 털고 나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정영화 기자 2010.11.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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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해외펀드로 확인 "터질게 터졌다, 대책은 없다"

11일 옵션만기를 통한 '증시 테러'는 단일 외국계 펀드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펀드명까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도이치증권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유럽계 헤지펀드일 가능성에 증권가는 주목하고 있다.

◇사건의 재구성= 11일 증시를 충격에 빠뜨린 주체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였다. 매수차익거래는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현물을 매수하는 무위험 거래의 일종이다. 차익거래의 특성은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이다. 언젠가는 반대로 현물을 팔고 선물을 매수해야만 포지션을 청산하고 수익을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A펀드는 지난 6월 동시 만기 직후인 6월14일부터 도이치증권을 통해 매수차익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매수차익거래를 진행했고 6월14일 474억원에 불과했던 순매수차익잔고는 7월 옵션만기에 2800억원, 8월 만기에는 1조원까지 불어났다. 9월 동시만기까지는 주춤하던 A펀드는 다시 매수차익거래에 집중하면서 10월 만기에는 약 1조5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10월에 한번 청산하고 갈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매수차익거래를 청산할려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A펀드는 폭탄 버튼을 누르지 않고 한달을 더 버티며 11월 옵션만기까지 기다렸다. 그 과정에서 매수차익잔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버튼을 눌렀다= 증권가에서는 11월 옵션만기의 참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외국인의 매수차익잔액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누적돼 있어 청산해야 할 상황임에도 지금 청산한다면 손실을 볼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청산할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다음 만기로 롤오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는 얘기다. 심상범 대우증권 (8,100원 ▲550 +7.28%) 연구원은 "11일 만기 청산은 차익거래를 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펀드는 폭탄 버튼을 눌렀다. 한꺼번에 2조원에 육박하는 주식 매도가 쏟아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A펀드의 '무리한(?)' 청산 강행의 이유를 환율에서 찾고 있다.

원화 강세로 환에서 상당한 차익을 얻었고 차익거래에서도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청산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이익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펀드가 매수차익거래를 누적하기 시작한 지난 6월14일의 원달러 환율은 1220원 수준이었고 현재는 1100원대로 내려와 왔기 때문에 환차익에서만 10% 정도의 수익이 발생했고 주식으로도 15%(코스피200지수 기준) 정도 수익이 났다.

게다가 A펀드가 매수차익거래 청산에 앞서 풋옵션까지 걸어 놨다면 옵션에서도 대박을 낼 수 있었다. 한 파생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가 A펀드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2조원의 현물을 던지면서 당연히 풋옵션까지 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발 가능성과 대책?= 11일과 같은 사태는 또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책은 없다. 매수차익거래는 정상적인 거래 방법이고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또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 정도의 유동성을 한꺼번에 털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 때나 외국인의 차익거래에 이상이 보일 때는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서도 자본시장의 특성상 이를 근본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문 수량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자율시장의 원리에서 어긋나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이 같은 규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건섭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서비스 국장은 "전날 마감 동시호가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조사를 하겠지만, 적법하게 거래가 됐다면 한꺼번에 물량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로는 문제 삼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성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총괄부 부서장은 "과거 쿼더러플 위칭데이(주식-선물- 옵션=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에도 이처럼 증시가 급락한 적이 있었는데 주가가 다들 위쪽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해 한쪽으로 경도된 상황에서 이를 역으로 이용한 거래가 나타난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서장은 "웬만큼 메이저 기관 투자자가 아니라면 풋옵션을 걸어놓고 대량 매도를 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아무리 큰손이라도 시장을 좌지우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만약 작정을 하고 풋옵션을 걸고 폭탄매물을 내놓았더라도 시장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풋옵션이 휴지조각이 되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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