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 한국 대형건설사가 싱가포르 토목공사 입찰경쟁에 나서 수주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 일감이 줄자 건설사들이 대규모 공사 발주가 쏟아지는 싱가포르 건설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일대 ⓒ이명근 기자
패키지별 공사구간은 △패키지A 11개 공구(터널 13.4㎞, 역사 10개) △패키지B 7개 공구(터널 9.6㎞, 역사 6개) 등이다. 총사업비는 25억∼3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의 PQ를 통과한 업체는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유수 건설사와 싱가포르 현지 건설사 등을 포함해 총 45곳. 공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부 공구의 경우 한국 건설사만 7∼8개 기업이 참여, 입찰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지하철 3단계 공사 입찰을 앞둔 A건설사 관계자는 "지하철 3단계만 놓고보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싱가포르 LTA가 2015년까지 450억달러(싱가포르달러 기준 600억달러)의 도로·철도공사를 발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100% 싱가포르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안정적인 사업인 만큼 건설사 입장에선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싱가포르 센토사 일대 ⓒ이명근 기자
대형건설사의 싱가포르 진출이 잇따르면서 한국업체간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B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국내 건설사간 경쟁을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며 "하지만 올들어 너도나도 싱가포르로 몰리면서 중동플랜트 저가수주시장의 축소판이 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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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건설사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입찰과정이 투명하고 공사관리가 철저해 꼼꼼한 시장조사와 시공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무작정 입찰에 나섰다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활동을 지원하는 해외건설협회의 고민도 크다. 김효원 해건협 정보기획본부장은 "해외건설 수주협의회가 있지만 각종 정보만 공유할 뿐 입찰과정에 직접 개입하거나 조율할 수는 없다"며 "싱가포르는 입찰 관행이 워낙 엄격해 담합 여지가 있으면 한국 건설사 전체가 입찰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