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압수수색' 정치권 강타… 정국 경색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2010.11.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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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與 "檢 신중했어야" 野 압수수색특위 구성 초강경 대응

검찰이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에 연루된 현직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냉각됐다.

여·야 반응에 다소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의회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국회의원이란 신분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 앞선 데다 국회 대정부질문 중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는 점에 여야 모두 격앙된 상태다.



검찰 출신인 박희태 국회의장은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의원의 명예가 손상되는 일인 만큼 검찰이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명백한 과잉수사이며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정치 말살 행위"라며 압수수색특별위원회를 구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檢 속전속결에 정치권 당황= 대정부질문 마무리에 여념이 없던 국회 본회의장은 검찰의 기습적인 압수수색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덕분에 대정부질문은 검찰 성토장으로 변질됐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압수수색 소식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들은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이 국회의원의 책상을 제외한 지역구 사무실, 후원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알아냈다.

민주당은 아노미(anomie) 상태에 빠졌다. 진작부터 청목회 수사를 '야당 탄압' '강기정 죽이기'로 규정했지만 검찰의 속전속결 수사에 허를 찔렸다.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일부 의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관계 파악에 애를 먹기도 했다.


민주 압수수색특위 구성…초강경 대응= 민주당은 검찰 발(發) '청목회 쓰나미'가 엄습하자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대정부투쟁을 선포했다.

손학규 대표는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공갈협박"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전면 거부"라며 사자후를 토했다. 손 대표는 "사안의 성격상 압수수색은 필요치 않다"며 "증거를 확보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5공 이래 최대 국회 협박"이라며 "오늘은 국회가 정부에 무참히 유린된 날이다. 정치권과 국회의원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시키려는 추잡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조배숙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압수수색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과의 공조 방침을 확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8일 국회에서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국 경색…예산국회 험로= 이번 파문으로 분리통과냐 동시통과냐를 두고 난항을 겪던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은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여야 합의가 어려워 통과 여부가 미지수였는데 불똥을 피하지 못 하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유린 행위가 계속되는 한 원내 문제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압수수색 파문을 둘러싼 여당과의 공조 여부가 관건이지만 꼬일대로 꼬인 상황을 고려할 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주부터 본격화될 2011년 예산안 심사도 난항을 겪게 됐다. 올해 예산국회는 민주당이 "4대강예산을 저지하겠다"고 선포한 터라 험로가 예상된 터였다. 예산안 통과 기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아 시기적으로도 빡빡한데다 그나마 열릴 상임위원회도 여야 공방으로 파행이 예상된다.

청와대의 민간인사찰 대포폰 지급 파문도 불씨 중 하나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대포폰 파문은 물론 청목회 압수수색 파문의 진위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그 외 상임위원회도 예산안 심사에 몰두할 시점이지만 이번 파문의 여파로 파행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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