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샷을 하면서 '그래 이 홀에서 오비가 났었지!' '해저드에 들어갔었어'하면서 지난번 잘못했던 샷을 아주 생생히 떠올린다. 긍정적인 상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부정적인 기억들을 풍성하게 떠올리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글쎄 빗맞은 공이 돌을 맞고 튀어서 홀컵에 빨려 들어갈 만큼 어려운 얘기다.
넷, 라운드 도중에 허기지면 안되니 라운드 직전에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어서 간에 기별이 가도록 한다. 일단 뱃속에 뭔가가 들어가면 세상에 그 어떤 일보다 소화를 시키는 일이 중요해진다. 혈액이 위장으로 모이면서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 몸이란 것이 그렇다. 그러니 입이나 위는 행복해질지 모르지만 골프는 불행해진다. 먹으려면 2시간 전에, 그렇지 않다면 가벼운 요기 정도가 차선이다.
여섯, 티박스에서 오비가 나거나 해저드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고 상상한다. '사서 걱정!' 옛 어른들 말씀이 딱이다. 비싼 돈 주고 와서 쓸데없는 걱정하는 사람에게 어떤 행복이 손짓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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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샷을 하기 전에 그동안 레슨 받은 내용을 하나하나 복기한다. 이런 사람이 대부분 슬로우 플레이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가가서 물어보고 싶어진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직관을 믿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있다는 걸 알기까지 불행골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거다.
여덟, 라운드를 하면서 스코어 카드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합계를 낸다. 노름할 때 본전 계산하고 있는 놈이 돈 따는 꼴 못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홉, 라운드를 하면서 동반자의 문제점과 캐디의 무능함을 꾸준히 찾는다. 뭘 위해 그러는지 찾아서 어쩌자는 건지를 알 수가 없다.
열, 하늘과 바람, 땅과 나무, 새들의 노래마저 무시하고 오로지 공과 스코어에만 몰입한다. 왜 골프를 치는 건지 묻고 싶어진다.
이 열가지 중 다는 아니어도 몇가지 만이라도 열심히 하면 나름 불행골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