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 CEO, G20서 ‘녹색'을 외치다

머니위크 김진욱 기자 2010.11.08 13:13
글자크기

[머니위크]CEO In & Out/최태원 SK 회장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35층.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이곳엔 최근 들어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경우가 많다.

11월10~11일 'G20 정상회의'에 맞춰 열리는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컨비너(Convener․ 회의주재자) 역할을 맡게 된 최 회장이 행사 준비를 위해 ‘열공모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서밋' 12명의 컨비너 중 유일한 한국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G20 비즈니스 서밋’은 국내외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 120여명이 참석하는 ‘기업의 유엔총회’ 격인 행사.



각국 CEO들이 무역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등 4개 라운드테이블 별로 3개씩 총 12개로 나뉜 워킹그룹에 참여해 토론을 벌인다. 이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녹색성장’ 라운드테이블의 신재생에너지 워킹그룹 컨비너를 맡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 CEO들 가운데 유독 최 회장만이 전체 12명의 컨비너 중 한사람으로 꼽혔다는 것.

G20 의장국이자 G20 최초로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CEO로 평가받은 셈이다.

최 회장 스스로도 "G20에 참가하는 것은 단순히 SK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해서 나서는 자리"라고 말했을 만큼 최 회장의 컨비너 선정은 분명 상징성이 있다.


컨비너 발탁 왜? 국제무대 경험, 외국어 능통 '넘버 원'

그렇다면 G20 조직위원회는 최 회장의 어떤 점에 주목해 그를 한국의 대표 컨비너로 발탁했을까?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측이 별다른 선정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컨비너 선정에는 그동안 여러 국제행사에서의 경험과 외국어 실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국제포럼 참여 등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데다 일찍부터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실리콘밸리의 기업체에서 근무하며 키운 글로벌 감각과 영어구사 능력 등이 인정받았을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국제회의 및 포럼의 의장,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무대에 ‘코리아’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2년 국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동아시아 지역경제 지도자 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회의 진행과 주제 발표를 했고, 2008년에는 한국 기업인 최초로 ‘유엔 글로벌 컴팩트’(UNGC) 이사로 선임됐다. 현재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의 이사로 활동 중인 것도 최 회장의 이력.

여기에 1996년부터 매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각 분야 글로벌 리더들과 친교를 쌓아왔고, 2009년 다보스포럼 때는 ‘Korea Night’(한국의 밤) 행사를 주관해 국격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낸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국내외에서 열린 초대형 국제행사 때마다 ‘단골’ 한국 대표기업인으로 활약해 주목받았다.

2008년 서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때 개막 연설을 한 것을 비롯해 부산 APEC 회의(2006년)와 페루 APEC CEO 서밋(2008)에서는 외국 국가수반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는 ‘진행자’ 역할을 했다.

이 외에 2005년부터 SK 후원으로 열리는 중국의 학술대회 성격인 ‘베이징포럼’과 경제분야의 ‘상하이포럼’에도 매년 참석해 기조연설 등을 하고 있다.

이같은 최 회장의 개인적인 경험과 능력 외에 SK그룹이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콜, 그린폴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포함한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적극 추진한 점도 이번 최 회장의 컨비너 선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무슨 화두 꺼낼까? 녹색성장 전략, 신재생에너지 등에 포커스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시던데요?”

‘비즈니스 서밋’ 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 회장을 지켜본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국제행사 준비 때와 달리 G20에 한국 재계를 대표해 나간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무척 긴장하는 것 같다”고 전한다.

최 회장이 컨비너 업무 수행을 위해 지난 9월 말부터 ‘비즈니스 서밋’ 관련 참고자료를 수집해 늦은 밤까지 체크하는 등 그 어떤 국제포럼 때보다 ‘열공’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 방증이다.

최 회장은 실제로 워킹그룹 참가 기업들과 화상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면서 사전보고서 등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소주제에 배정된 스페인 렙솔, 프랑스 아레바, 알스톰 등의 외국 기업인들을 서울로 초청해 의제에 대해 사전 조율하면서 한편으로는 '인맥 쌓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태스크포스 형태의 실무 준비팀과 수시로 미팅을 하며 발표문안 등 준비상황 전반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실무 준비팀의 경우 그룹 내 씽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와 비서실 등 4~5개 부서를 참여시킨 것은 물론 국제회의 분야 등의 외부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집무실 책상에는 G20 정상 및 비즈니스 서밋 CEO들의 프로필에서부터 워킹그룹 진행 시나리오, 주제 발표문 초안 등 각종 준비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며 최 회장의 근황을 전했다.

한편 2개월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거친 만큼 최 회장의 구체적인 컨비너 활동에 대해서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세부적인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녹색성장’ 라운드테이블의 신재생에너지 워킹그룹 컨비너인 만큼 기업의 친환경 관련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최태원 회장은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 (108,800원 ▼1,600 -1.45%)를 보유한 그룹의 최고경영자로, ‘석유 이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저탄소 녹색성장’에 깊은 관심과 통찰력을 보여 왔다.

녹색에너지, 환경 개선, 삶의 질 제고 등이 지속 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린카 배터리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수소 연료전지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 연료 ▲스마트 시티 등 ‘7대 녹색기술 과제’를 선정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사업화를 추진해온 저력을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상당 부분 녹여낼 것으로 보여진다.

SK그룹측도 “아직 주제와 관련된 발표와 토론 내용이 완성되지 않았다”면서도 “한국과 SK그룹의 녹색성장 전략과 비전,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력 등을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과 관련한 글로벌 화두를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서밋'을 준비하는 다른 대기업 CEO들…"우리도 바빠요"

G20 사상 처음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에는 최태원 회장 못지않게 여타 대기업 CEO들의 참가열의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우선 '인프라․자원개발' 부문에 참여하는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은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할 회장 및 CEO들과 회의진행 방향 및 사안별 발언요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사전 미팅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G20 참석자들의 원활한 공항 수속을 돕기 위해 대한항공에 국가별 전담반을 편성해 외국정상의 특별기와 해외 CEO의 전세기 지상조업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정상 및 기업 CEO들과 면담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24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직후 한-호주 경제대화를 통해서는 양국 기업인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는 다년간 국제 비즈니스와 민간외교 경험을 살려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쏟고 있는 케이스다. 김 회장은 태양광분야 세계 4위인 쏠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촉진 및 펀딩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녹색 성장의 에너지효율 소주제 보고서 작성 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대안제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채 KT 회장도 경제경영연구소 소장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언을 듣는 등 기업 사회적 책임 분과 회의에서 발언할 내용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안제시에 집중하는 CEO들도 눈에 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녹색 일자리' 소그룹에 참가해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내부 리서치센터의 의견을 토대로 출구전략과 세계 금융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