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두 개의 영토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 센카쿠(尖閣)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는 쿠릴열도 문제로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았다. 쿠릴열도 4개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땅이고, 센카쿠열도는 중국이 일본에 점령당했다고 반발하는 곳이다. 중·러가 영토 문제로 일본을 협공하는 국면이다.
영토 분쟁은 일본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바다 멀리에 부속 도서가 많은 지리적 특성과 일찍 근대화에 성공, 영토 확장을 도모한 역사적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분쟁의 근원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도 있다.
◆쿠릴열도=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에토로후(擇捉)·구나시리(國後)·시코탄(色丹)·하보마이(齒舞) 등 전체 18개 섬으로 이뤄진 쿠릴열도 섬 가운데 남단 4개 섬이 영토 분쟁의 대상이다. 아이누족이 살던 고유 영토라고 보는 일본에선 ‘북방영토’라 부른다. 표현에서부터 강한 수복 의지가 느껴진다.
문제가 꼬인 것은 56년 양국이 외교관계를 회복하면서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하보마이·시코탄 두 섬은 일본에 반환한다”고 명시한 데서 비롯됐다. 일부 반환의 전제 조건인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조차 냉전 기간 동안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련은 60년 “일본에서 모든 외국 군대가 철수해야만 반환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추가했고 이후 소련은 “일본과의 사이에 아무런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소련(이후 러시아)으로선 부분 반환에조차 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소련 해체 후인 93년 옐친-호소카와 도쿄 선언에서 양국은 “4개 섬의 귀속 문제를 해결한 뒤 평화조약을 체결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전 대통령이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내걸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면서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전격 방문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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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일본은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92년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자국 영토로 명문화했고 끊임없이 문제를 야기하며 ‘분쟁 지역화’하려 하고 있다. 9월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의 충돌로 센카쿠 분쟁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