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 국내 건설사 피해없다더니…

머니투데이 두바이(UAE)=전예진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0.11.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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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 건설사 대부분 워크아웃·부도처리, 신성 시공권 넘기고 성원 철수

↑ 두바이가 경제특구로 개발 중인 비즈니스베이의 공사 현장 모습. 국내 건설사들이 많이 진출했지만 두바이의 유동성 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곳이 많다. ↑ 두바이가 경제특구로 개발 중인 비즈니스베이의 공사 현장 모습. 국내 건설사들이 많이 진출했지만 두바이의 유동성 위기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곳이 많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쇼크 1년 후 이 지역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국내업체들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와 관련이 없고 수주 사업장도 두바이 정부가 발주한 국영 프로젝트라며 피해 영향을 축소해 발표했다.

두바이에 발을 들여놓았던 건설사들은 공교롭게 대부분 워크아웃 중이거나 부도 처리된 상태다. 국내 건설경기 악화가 주원인이지만 두바이의 건설경기가 활황일 당시 무리하게 투자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현지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두바이의 주택, 오피스빌딩 등 토목·건축사업에 진출했던 중견건설사들의 피해가 심했다.



두바이에서 7건, 총 3억8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신성건설의 경우 법정관리가 진행되면서 제대로 진행되는 사업장이 없다. 시공을 맡았던 비즈니스베이 신성타워 개발 사업은 중단됐고 다른 시공사가 사업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 사업은 신성건설이 지난 2007년 해외 부동산 투자기업 ACI에 2273억원에 매각해 2010년까지 공사를 완료키로 했다. 신성건설은 계약 당시 약 570억원을 수령한 후 공정률에 따라 매각금액을 분할 수령키로 했지만 2008년부터 공사가 지연되면서 대금회수에 차질을 빚었다.



현지 건설업체 관계자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직원 몇 명이 끝까지 남아 뒷처리를 하더니 이제는 다 떠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최근 국내의 모 기업이 사업장을 인수하려고 시찰단을 파견하기도 하고 다른 업체가 이미 시공권을 넘겨받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성원건설은 지난 4월 부도 처리되면서 두바이에서 철수했다. 두바이 도로교통청(RTA)이 발주한 2개 프로젝트 수주도 무산됐다. 컬쳐빌리지에 짓던 '상떼빌'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은 골조공사가 끝났고 커튼월 등 외부 마감공사가 70%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공사가 멈췄다.

성원건설은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1인당 3~4개월치 월급인 4000∼5000디르함(한화 120만∼150만원)을 제때 지불하지 못해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두바이 코트라 지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투자했던 사람들이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임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금호건설이 진행하는 제벨알리 지역내 두바이 월드센트럴공항 여객터미널 공사도 공기가 지연되고 있다. 두바이 정부가 발주한 사업장이지만 유동성 악화로 사업비를 제때 받지 못해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도건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베이에 오피스와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뤄진 '유보라타워' 완공을 앞두고 있다. 57층 오피스타워는 매각했고 주상복합아파트도 절반 이상 분양이 이뤄졌다. 두바이 유보라타워 현장내 반도건설 관계자는 "연내 준공을 마친 후 현지와 국내 투자자들에게 분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바이에 진출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휘청하면서 주변 상권 분위기도 썰렁하다. 비즈니스베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인 교포는 "2007~2008년도만 해도 국내 건설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회식이 물밀듯이 들어와 1달에 소주 120병 정도가 팔렸는데 요즘엔 한 달에 소주 한 박스 팔기도 어렵다"며 "건설사나 하청업체들이 빠져나가니 주변 상권 분위기도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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