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장기화 우려에 감사까지...한화 '몸살'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0.10.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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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투자계획 차질-인사·재무기능도 멈춰..대생 인수 감사원 3차례 "문제없다" 결론

"직원들의 사기는 물론이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 (27,050원 ▲500 +1.88%)그룹이 '해묵은 사안'에 대한 감사원 감사까지 겹치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감사원 감사는 대한생명 인수 건에 대한 것으로 그동안 3차례 감사원 감사와 법원 국제상사중재위원회 등 국내·외의 사법적 판단에서 모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다.

한화그룹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겹 파도'에 표류하고 있다. 내년 사업계획과 투자전략을 짜야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검찰 수사와 감사를 동시에 받게 되면서 인사와 재무 등 그룹의 핵심기능이 모두 멈췄기 때문이다. 태양광사업 등 그룹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던 신사업도 동력을 잃고 있다.



한화의 한 고위 임원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고 있어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가 또다시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된 것은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한 감사요구안이 제출되면서다. 국회는 이달 초 본회의를 열어 이 의원 등이 발의한 대한생명 (2,805원 ▲45 +1.63%) 매각 과정 특혜의혹 등이 포함된 공적자금 운용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가결했다. 이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생명을 헐값에 인수했다"며 한화에 대한 특혜의혹을 주장해왔다.



한화 측은 "이번 감사청구안은 '2009 회계연도 결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안으로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라며 "특정인이 사적 보복차원에서 국회예결위를 동원해 본회의를 통과시킨 것"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감사청구안이 가결되면 감사원은 국회법에 따라 3개월 내 감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재탕, 삼탕이 되더라도 관계가 없다. 한화측은 아무리 국회법상에 따른 것이라지만 정부 차원의 검증과 사법부의 법적 판단 등을 통해 수차례 해명이 끝난 사안을 또다시 다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그동안 3차례 걸쳐 대생 매각 등 공적자금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벌여 "한화의 대생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도 매각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와 기망, 자격시비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보가 신청한 국제상사중재원도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한화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감사를 받는 과정에도 각고의 노력 끝에 대생을 조기에 경영 정상화시키고, 올해 3월엔 성공적인 증시 상장을 통해 보험업계를 선도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또다시 감사를 하는 것은 주력계열사를 흔들어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고, 대생 주주 및 보험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6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본사를 비롯해 모두 5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재계 안팎에선 최근 그룹 고위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하자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검찰이 계열사인 한화호텔&리조트를 다시 압수수색하자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화의 한 고위 임원은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인데 중요한 사업 결정 등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그룹 내부적으로 우려감이 팽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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