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양적완화, 美 증시 '버블' 키우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10.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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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자금 기업 투자대신 증시로…'증시 버블' 압박 가중

추가적 양적완화는 미국 경제에 '버블 악몽'을 재연시킬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푼돈이 기업 투자와 고용 촉진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증시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팽창적 통화정책으로 이미 한차례 '부동산 버블'을 겪은 미 경제의 다음 종착역은 '증시 버블'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현지시간) 현재 미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지난 7월 저점대비 15.6% 뛰어오른 상태다. 연초대비로는 6.04% 상승한 상태로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 증시가 여전히 연초대비 10% 안팎의 하락세에 머문 점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상승폭이다.



특히 유럽 국가채무 사태와 미 금융권 규제, 그리고 뒤이어 불거진 글로벌 더블딥 우려를 감안하면 미 증시의 상승 체감속도는 더욱 빠르다. 물론 미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대비로 크게 떨어진 상태지만 올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PER은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 미 증시의 약진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재무부와 연준의 무차별적 '유동성 폭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 1차로 총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책을 실시한 이후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추가적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의 '증시 쏠림현상'이 두드러져 미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독 증시로 유동성이 몰려드는 까닭은 향후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기업들이 재투자를 유보한 채 자사주 매입 등에 주력하고 있는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무디스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미국기업의 보유현금은 1조달러로 작년 9월말 대비 2250억달러 늘었다. 올 3분기 S&P500기업의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등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투자를 미루는 상태다.
이에 따라 5월 이후 민간기업의 고용도 끊기다 시피한 상태다.

기업들의 이 같은 자금 운용은 경기 부양에는 부정적이지만 증시 부양에는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IG 마켓의 댄 쿡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 국민으로서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 유동성이 기업 재투자로 연결되기를 바라지만 투자자로서 기업 대차대조표에 많은 유동성이 남아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 대신 자금을 쌓아놓는데 더해 정부의 추가적 양적완화가 임박하자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버블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기 시작한다.

GMO의 제레미 그랜섬 펀드매니저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저금리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 양적완화까지 추진될 것으로 보여 주가는 더욱 뛸 것"이라며 "이는 잠재적 버블을 무시한 방안으로 자칫 버블의 '악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악화와 경기 둔화가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양적완화로 버블 리스크가 커질 경우 또 다른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경제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대출이 늘수 없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며 "연준이 유동성이라는 모르핀을 경제에 주입한다고 해도 재정규율을 흐트리고 자산시장 버블만 조장하는 또다른 폰지스킴(앞사람 돈으로 뒷사람 이익을 챙겨주는 사기행각) 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가적 양적완화에 따른 경제 부작용이 연일 제기된 가운데 양적완화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추가 양적완화가 당초 시나리오와 달리 ‘신중한 접근’이 진행중이라며 당초 시장에서는 국채매입 규모가 최대 2조달러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이 규모가 수천억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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