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남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KIC)을 찾은 관중들이 진흙밭으로 변한 길을 걸어서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 현실에서 대회 사흘간 17만여 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만큼 외형적인 면에서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해외 신생 F1 대회 관람객은 일평균 5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또 올해 열린 F1 중에서 가장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쳐 내용적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입장권 따로 좌석 따로…무허가 건물도
29일 전라남도와 F1 대회 운영법인인 카보(KAVO)홈페이지 등에는 관람객들의 환불 요구와 항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관람객들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해당 사항을 고발하고 법적인 대응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억울한 사연은 표를 사고도 좌석이 없어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것. F1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영암 서킷까지 내려갔다는 A씨는 "스탠드 D석을 구매했는데 완공이 안됐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절당했다"면서 "입장도 못 하게하면서 환불도 안 해주는 법이 어디에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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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의 당초 좌석수는 메인 그랜드스탠드 1만6000석과 가설 스탠드 9만6000석 등 총 11만2000여석이다. 하지만 카보측이 선택한 중국산 원자재 수입이 늦어지면서 개막일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D블록과 J블록의 일부 좌석(8000여석)은 폐쇄했다. 이 자리표를 구매한 관람객들은 입장도 못한 채 고스란히 돈만 날렸다.
심지어 입장권에 표기된 좌석이 실제 스탠드에는 없는 경우도 있었다. 60만원을 주고 그랜드스탠드 석을 구매한 B씨는 "표에 적힌 20열, 11번 자리가 아예 없었다"면서 "하는 수 없이 잘 보이지도 않는 뒷 자리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경기장내 건축물 51개 동 가운데 일반관람석 25개 동 등 총 28개 동이 경기가 끝난 지난 26일까지 준공검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그랜드스탠드 등 준공허가를 받은 건물들도 개막 하루 전인 21일 밤 10시에야 검사신청을 했고 해당 관청인 영암군청은 다음날 오전 9시에 준공허가를 내줬다. 이와 관련해 KIC 감리단은 영암군에 건축물 무단사용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전라남도가 무료로 발행한 '자유이용권'. 티켓아래에 "티켓 소유자 요구시 좌석을 양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진흙탕 길에 셔틀버스도 끊겨…편의점은 달랑 하나
결선이 열린 24일에는 비가 내리면서 도로포장이 안 된 주차장은 물론이고 경기장 바깥이 진흙탕으로 변해 수 만 명의 관중들이 불편을 겪었다.
더구나 매일 6만 명이상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최대 주차대수는 1만여대에 불과해 극심한 교통체증이 온종일 이어졌다. 전남도와 조직위는 인근 환승주차장 4곳을 새로 개설했지만 환승주차장과 경기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제때 운행되지 못하면서 상당수의 관중들이 3~4Km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목포와 광주 등 인근 도시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영산강하구언 한 개뿐인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회 기간중 영산강하구언을 지나려면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지난24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 마련된 간이화장실.화장실 부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는 이런 지적과 관련해 수차례 F1조직위원회와 카보 측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