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M&A, 시너지 강한 쪽은 어디?

김진욱·김부원 기자 2010.10.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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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M&A 4대 빅매치 관전법&투자법 / 현대건설

편집자주 산업지도와 투자동향에 큰 여파를 미치는 초대형 인수·합병, 이른바 '메가 M&A'는 언제나 업계와 시장의 핫 이슈다. 지금 이 시점의 '메가 M&A'는 크게 현대건설・하이닉스・대우조선해양・우리금융지주 등 4건이다. 하지만 인수 유력기업들의 움직임은 뜨거운 구애와 의도적인 무관심 사이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이다. 2010년을 끝까지 달굴 '메가 M&A' 4대 빅매치에 대한 관전법과 투자법을 살펴보자.

◆ 관전법

하반기 최대의 M&A 매치로 꼽히는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다.11월12일로 예정된 본 입찰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두 그룹은 서로 다른 분위기로 인수전에 임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실리에 중점을 두며 ‘수비형’ 태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

추석 전후 대대적인 ‘광고 물량’ 공세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명분을 내세웠던 현대그룹은 최근들어 현대건설 채권단에 ‘현대건설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건’을 요구하며 공격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먼저 달라는 것이다.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에 따르면 '부실 책임이 있는 옛 사주는 원칙적으로 우선 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지만 부실 책임의 정도 및 사재 출연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 평가를 통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근거로 우선매수청구권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작 현대건설 채권단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옛 사주의 부실 책임을 물어 입찰 참여를 배제할 수준이 아니어서 현대그룹의 인수전 참여를 제한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선매수청구권을 줄 대상도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이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밀어붙이는 현대그룹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경제적 논리’ ‘무대응’ 논조로 맞서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를 겨냥해 TV와 신문지면에서 노골적인 ‘안티성 광고’를 내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매수청구권’ 요청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현대건설 채권단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 ”우선매수청구권은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따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행보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피인수 기업인 현대건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하는 인수후의 비전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10월19일에는 ‘향후 10년간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현대건설 인수이후의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는 향후 10년 동안 10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기본 계획과 함께 자동차, 철강 등 현대차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청사진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과거'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미래'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펼쳐 시장에서의 냉정한 평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투자법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의 주가는 10월20일 종가 기준으로 7만6900원이다. 현대건설 주가에 대해 박형렬 SK증권 연구위원은 "아직 싸다"고 평가했다. 단 M&A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적을 근거로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조언이다.

그는 "인수하는 회사와의 시너지가 향후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직 현대건설 주가에 M&A 프리미엄이 반영되진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의 인수자로 현대차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자금 및 물량 지원 등의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박 연구위원은 "아직까지는 M&A 이슈가 아닌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해야 할 시점이고, 실적 중심으로 봐도 주가는 여전히 싼 편"이라며 "현대건설 M&A와 관련한 내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므로 건설주의 동반상승까지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다르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동차업황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한 면이 있다"며 "입찰가격이 예상보다 높다면 오히려 M&A가 현대차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차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고, 결국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월20일 현대차의 종가는 16만원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유력 인수 후보인 현대그룹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10월19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대규모 지원 청사진을 제시하자 현대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날 현대건설 주가는 1.07% 오른 7만5400원에 마감했다. 현대그룹의 상장사인 현대상선 (17,630원 ▲320 +1.85%)은 장중 10% 넘는 급등세를 보였으며, 1.12% 오른 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엘리베이 (42,350원 ▼1,100 -2.53%)터 역시 1.23% 상승한 7만4000원, 현대증권 (7,370원 ▲10 +0.1%)은 0.96% 상승한 1만57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그룹의 인수 승리를 점치는 쪽이 더욱 힘을 받는 동시에 현대그룹에 대한 투자매력까지 높아진 모양새다. 그만큼 증시에서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유덕상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M&A 이슈로 주가에 프리미엄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M&A의 시너지에 따른 주가 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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