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펀드에 녹색이 없다

더벨 김영수 기자 2010.10.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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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대형성장주 대거 편입...녹색기업 투자 취지 무색

더벨|이 기사는 10월21일(09: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친환경기업에 투자하는 녹색펀드가 사실상 대형성장주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복제한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녹색기업에 투자되는 펀드로 오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정·운용되고 있는 녹색펀드는 20개로, 이들 대부분은 삼성전자, 포스코, 삼성전기, 현대차 등 대형성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당초 녹색펀드의 취지는 발광다이오드(LED)·그린카·2차전지·원전·태양광·풍력 등 녹색기술을 보유하고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들에게 장기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녹색인증기업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창업후 1년이 경과된 기업으로서 인증을 받은 녹색기술에 의한 직전년도 매출액 비중이 총매출액의 30% 이상이 돼야 한다. 현재 녹색인증기업은 삼성SDI, 금호이엔지, 세이브기술, OCI(옛 동양제철화학) 등 16개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설정되기 시작한 녹색펀드(주식형)는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LG화학 (316,500원 ▼3,000 -0.94%), 삼성전기 (133,000원 ▲2,300 +1.76%), 포스코 (375,000원 ▼500 -0.13%),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등 대형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구성행태를 보이고 있다. 녹색인증기업 중 주당 35만원을 호가하는 OCI (70,400원 ▲1,900 +2.77%)만이 편입자산에 포함돼 있을 뿐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경섭 팀장은 "녹색펀드의 투자설명서에는 주식 및 녹색기업주식 편입비중을 4:6, 7:3 등으로 하고 있다"며 "따라서 시장상황에 따라 녹색인증기업의 편입자산비중을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변동성이 높고 정부정책에 민감한 녹색기업에 비해 대형성장주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삼성전자 등과 같은 대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대형성장주식형펀드와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투자 김동준 팀장은 "기업 중 석유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모든 기업이 녹색기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특히 녹색기술 인증은 신재생에너지 등 10대 분야 61개 기술을 인증대상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성장주들이 녹색펀드에 편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펀드 약관 및 투자설명서에 녹색인증기업에 투자한다는 명확한 문구없이 주식, 녹색산업에 관련된 주식, 채권 등에 투자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따라서 시장수익률을 상회하기 위해서는 대형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신자산운용 왕상일 매니저는 "녹색펀드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풍력산업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줄이는 등 경기변화에 민감하다"며 "따라서 녹색정책과 관련된 국가의 재정문제, 글로벌 경기, 유가 등을 감안해 자산재배분전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녹색성장기업에 많지 않은 상황에서 녹색펀드는 일종의 테마펀드 성격을 띄고 있다"며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제하에 장기 투자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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