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인없는 은행, 주인있는 보험사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0.10.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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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흥국화재 신한지주 KB금융지주. 연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구설수의 금융사들이다. 구설은 이어지지만 내용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부터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까지는 주로 주인 없는 은행(금융지주)의 문제가 핵심이었다. 주인이 뚜렷하지 않아 경영권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현재의 최고경영진(CEO)이 아무런 견제 없이 사적으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었다. 사외이사 선임에서 절차를 무시한 것이나 내부 통제, 경영 효율화 등을 소홀히 한 것도 주인 없는 회사의 문제로 비쳤다.



물러난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이 그랬고 검찰과 금융당국, 정치권의 주시를 받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등도 마찬가지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현재의 자리에 앉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주인이 뚜렷한 회사라면 회사는 잘 굴러가는 것일까. 적어도 태광그룹 보험사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태광그룹의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자의 이익 외에도 대주주 일가의 재산 축적이나 경영권 승계 등에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다른 계열사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상대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골프장 회원권, 부동산 등 비수익 자산을 떠안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 회사와 대주주, 경영진이 일으킨 여러 전횡의 피해는 직원들과 주인이지만 주인 대접을 못 받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3000여명이 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이전 행장 등이 경영 효율화를 이뤄내지 못한 결과로 자의반 타의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1등 은행의 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이라는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2000년 이후로 수년 동안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몇몇 계열사 직원들은 현재는 아니지만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정리해고의 대상이 됐다. 20일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는 해고됐던 직원들이 그룹 오너 일가의 불법 의혹을 밝혀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회사 쪽을 보며 108배를 하는 동안 태광그룹의 상징물인 해머링맨은 무심한 망치질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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